■ 「쇼난십경湘南十景」 시리즈⇒ 여름의 쇼난을 그리는 단편집 토요스 편 -사람- 8월 4일, 금요일 밤. 의뢰인과 면담을 마친 나는 상점가에서 사무소를 향해 걷고 있었다. 술집 앞에는 사람들이 무리를 짓고 있었다.추첨상자를 든 점원이 요란하게 방울을 울린다.점원「당첨 당첨, 대박 당첨~! 축하합니다! 하와이 숙박권이에요!」퇴근하던 도중 같은 남녀 커플이 얼굴을 마주한 채 침묵하고 있다.그게 꼭 켕기는 구석이 있는 듯 보이기도 해서,윤리에 반하는 사랑이 아닐까 탐정다운 직업병이 멋대로 발동했다. 곁눈질하며 지나친다. 이번에는 전자제품점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야간 경기의 TV 중계다.타이요 팬「바로 이거지~! 때렸다! 선제 1점!」거인 팬「겨우 1점이잖냐, 그냥 주고 말지」타이요 팬「이 1점은 꽤 뼈..
■ 「쇼난십경湘南十景」 시리즈⇒ 여름의 쇼난을 그리는 단편집 시즈마 편 -파도- 여급「손님, 요즘 자주 뵙네요」시즈마「기억해 주다니 기쁜걸」여급「늘 같은 자리에 같은 주문이잖아요. 설탕을 몇 개 넣는지까지 외워 버렸어요」시즈마「커피가 맛있는 가게는 어디에나 있지만, 난 이 커다란 창문이 마음에 들거든」여급「이게 그렇게 좋아요? 굴곡이 너무 심해서 바깥 풍경도 제대로 안 보이는데」시즈마「다이쇼 시대의 오래된 유리야. 기술이 미흡한 시대라 똑바로 만들지 못한 거지」여급「역시 싸구려 같아」시즈마「게다가 깨지기도 쉽고」여급「싫어라. 가게 창문은 다 이건데」시즈마「그만큼 소중히 다뤘다는 증거지」 여자가 몸을 책상에 기댔다. 여급「사실은 누구 노리는 사람이 있는 거죠?」시즈마「글쎄, 어떠려나」여급「있다는 표정인..
■ 「쇼난십경湘南十景」 시리즈⇒ 여름의 쇼난을 그리는 단편집 히노데 편 -반딧불이- 8월 12일, 일요일.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습기를 머금은 공기는 대들보와 다다미까지 스며들어,집 안의 그림자를 짙게 만들어 갔다. 그림자빛 비옷을 입은 남자는 그 비와 함께 찾아와교묘한 말솜씨로 현관에 눌러앉았다. 강매 상인「사모님!!!」집주인「네, 네에」강매 상인「어두운 데서 글씨를 읽다 보면 시력이 확 떨어져요. 최근에 남편분이 자꾸 눈을 가늘게 뜨고 본다거나…… 그런 적 없으세요?」집주인「남편은 없어서요」강매 상인「실례했습니다. 우산이 여럿 있길래 분명 떠들썩한 가정이신 줄 알고」집주인「하숙하는 분들 거죠. 학생 두 분하고 회사원 한 분 계세요」강매 상인「학생분들이요!!!」남자의 눈이 기분 나쁘게 희번덕인..
■ 「쇼난십경湘南十景」 시리즈⇒ 여름의 쇼난을 그리는 단편집 후네노 편 -하늘- 봄에 자동차 면허를 땄다.신키바 씨와 시나가와 군보다 늦게, 탐정사에서는 마지막 취득이었다. 차는 편리하지만 책임을 동반한다.내가 그것을 짊어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던 것이다.하지만 올해,어느 맑은 날에 문득,옆자리에 누군가를 태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쾌청한 공항에서 쿠레이치로 씨가 이쪽을 발견한다.그는 크게 손을 흔들며 주위의 소란스러움에서 빠져나왔다.쿠레이치로「많이 기다리셨죠!」히이로「헤매진 않으셨습니까?」쿠레이치로「조금요」그가 상기된 채 웃는다.오고 가는 사람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여름이었다. 조수석에 그를 맞아들이고 해안가 도로를 나아간다.창문을 열자 갈매기가 다가와, 바람과 함께 나란히 날았다...
■ 「쇼난십경湘南十景」 시리즈⇒ 여름의 쇼난을 그리는 단편집 아오미 편 -섬- 고요한 단상 위로 부드러운 빛이 겹겹이 쏟아진다.30인의 학생은 앞을 주시하며지금, 한 가지 커다란 일을 행하려 한다. 지휘자가 양손으로 나아갈 길을 가리킨다.반주자의 손가락이 건반을 내달린다. 그 순간—— 잠에서 깼다.아래층에서 전화가 울리고 있다.나는 딱 한 번 눈을 깜빡인 뒤,쏜살같이 이불에서 뛰쳐나와 수화기를 붙들었다.매미가 한 마리 우는 아침이었다. 「안녕하세요. 아오미입니다」「안, 안녕하세요」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혀를 깨물었다.「이른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깨우고 말았군요」「아뇨, 일어나서 준비 중이었습니다」그리 말하며 뻗친 머리를 손바닥으로 매만진다.「지금 어디십니까?」「숙소입니다. 이제 막 학생들 배웅을..
■ 「쇼난십경湘南十景」 시리즈⇒ 여름의 쇼난을 그리는 단편집 타케시바 편 -안주- 화창한 일요일.가타세(片瀬)의 바닷바람이 아쿠아월드의 거대한 흰 벽을 스쳐 지나간다.해변에 우뚝 솟아 있는 이 건물은올해 신설된 수족관인지라 여태 콘크리트 냄새도 가시지 않았다.탁 트인 원형 구조——중앙에는 커다란 풀장이 채워져 있다.마치 바다를 떠서 담아온 듯한,있는 그대로의 깊은 푸른색이었다. 우리는 옥상에 있었다.신바시 씨는 쌍안경에 잔뜩 열중한 채,안절부절못하며 시야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다.「——그래서. 정말로 그 남자가 온다는 겁니까?」「틀림없습니다」 얼마 전 있었던 일.신바시 씨의 극단에서 진주 반지가 홀연히 사라졌다.단원들의 말에 따르면,「외부 청소부」가 창고에서 달려 나가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한다—— 나..
■ 「쇼난십경湘南十景」 시리즈⇒ 여름의 쇼난을 그리는 단편집 시죠마에 편 -조개- 메이지 시대.일본은 구미의 기술을 도입하고자 외국인 채용을 추진했다.독일 의사 에르빈 폰 벨츠 또한 그중 한 사람으로,교사로서 일본에 온 뒤 이 땅에 정착하여 의료를 뒷받침했다. 벨츠가 쇼난 해안을 「이상적인 보양지」로 지정함에 따라,이후 해안선을 따라 열 곳이 넘는 요양소——새너토리엄이 건립되어 간다. 벨츠는 특히나 시치리가하마를 사랑했다고 한다.『나에게 있어,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다』그렇게 기록했을 만큼. 오늘 시치리가하마는 정오의 빛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파도치는 해안가로 다가가자,바다의 향취에 소독액 냄새가 섞인다.그것은 바로 옆 언덕에 세워진 새너토리엄의 시선이었다. 파도 속에는 15, 6..
■ 「쇼난십경湘南十景」 시리즈⇒ 여름의 쇼난을 그리는 단편집 신바시 편 -언덕- 「당신께 의뢰가 있습니다」 탐정사로 들어온 신바시 씨로부터의 소식.나는 서둘러 어떤 장소로 달려갔다. 8월이 한창인 금요일.산 정상의 레스트하우스는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오랜만에 만나는 신바시 씨는길어진 머리를 뒤로 묶고,막 잠에서 깬 듯 옷이 흐트러져 있었다. 「평안하셨는지요」「안녕하세요 신바시 씨」「불러내어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여기. 이번 의뢰비입니다」「됐습니다」「일 때문에 당신을 부른 것인데요?」「때마침 시간이 비어서 조퇴하고 왔습니다」「……됐으니까 받으라고. 한량. 빈민. 가난뱅이」「그런 말에 발끈할 제가 아닙니다. 포기하세요」「당신 가족분들께 내가 비상식적인 남자라 여겨지면 어떡합니까」「제게..
■ 「쇼난십경湘南十景」 시리즈⇒ 여름의 쇼난을 그리는 단편집 시오도메 편 -해변- 해안가에 검은 덩어리가 가로놓여 있었다.몸집은 굵고 길며, 그에 비해 꼬리는 작다.마치 밤바다가 깜빡 잊고 두고 간 듯, 현실미가 없는 광경이었다. ——해변에 가까이 가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경찰이 동원되어 모래사장으로 향하는 통행을 막고 있다.이유는 들을 것도 없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는 일목요연했다. 일요일.고시고에(腰越) 해안에 고래가 떠밀려왔다. 해변을 따라 이어진 인도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말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지글지글 내리쬐는 태양 아래, 고래의 배는 서서히 부풀어오르고 있다.이토록 조용한 여름 바다를, 나는 처음 보았다. 「대왕고래로군」 문득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나와 시오도메 씨의 사이..
■ 「쇼난십경湘南十景」 시리즈⇒ 여름의 쇼난을 그리는 단편집 아리아케 편 -등불- 가마쿠라는 여름이 되면 바다 내음이 온 마을에 가득 찬다.유카타로 갈아입은 수영객들이,줄지어 쓰루가오카하치만궁의 경내로 향하는 것이다. 이날,우리는 오토리이(大鳥居) 아래서 만났다.「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 시나가와 군. 그리고——」「자, 네가 먼저 인사드려」「……」「어이, 자기소개」「…………」형의 등 뒤에 반쯤 숨어, 옆에 있는 신키바 씨의 소매를 붙잡고,작은 눈만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종이로 만든 빨간 오니 가면은 절분 때의 흔적인지 뿔이 부러져 구깃구깃하다.그만큼 소년의 마음에 쏙 든 물건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나는 눈높이를 맞추고자 몸을 숙였지만,「싫어」라며 곧장 거절당했다.「허? 야 링고, 낯 좀 그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