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난십경湘南十景」 시리즈
⇒ 여름의 쇼난을 그리는 단편집
시오도메 편 -해변-
해안가에 검은 덩어리가 가로놓여 있었다.
몸집은 굵고 길며, 그에 비해 꼬리는 작다.
마치 밤바다가 깜빡 잊고 두고 간 듯, 현실미가 없는 광경이었다.
——해변에 가까이 가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경찰이 동원되어 모래사장으로 향하는 통행을 막고 있다.
이유는 들을 것도 없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는 일목요연했다.
일요일.
고시고에(腰越) 해안에 고래가 떠밀려왔다.
해변을 따라 이어진 인도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지글지글 내리쬐는 태양 아래, 고래의 배는 서서히 부풀어오르고 있다.
이토록 조용한 여름 바다를, 나는 처음 보았다.
「대왕고래로군」
문득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나와 시오도메 씨의 사이에는 어느샌가 노인이 서 있었다.
「물고기 스승님!」
「물고기 스승님……?」
「생선 가게 아저씨예요. 항상 저녁거리를 추천해 주는 사람」
「늘 신세가 많습니다」
「봐라」
스승님은 짧게 말하고, 고래의 배를 가리켰다.
「수컷 새끼 고래다」
「수컷인 건, 어떻게 알아요?」
「고●가 튀어나와 있으니까」
맥이 빠진다.
「몸속이 부패해서 가스가 찬다. 그러면 복압으로 고●가 밖으로 밀려나오는 거다」
「썩었으면, 이제 못 먹어?」
「못 먹지. 아깝지만……」
그리 말하며 스승님은 떠났다.
그 등은 작았고, 쓸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시오도메 씨는 검은 덩어리——새끼 대왕고래를 계속 바라보았다.
「……어미 고래는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다만, 찾고 있을 거라곤 생각합니다」
수영장에서 돌아가는 아이들. 장바구니를 나눠 드는 노부부.
인도에서 교차하는 사람들은 모두, 옆얼굴이 고래에게 쏠려 있다.
맥락 없는 면면들이 하나의 커다란 장례식처럼 보였다.
바람의 방향이 바뀐다.
부패하는 냄새가 선명하게 풍기며, 구경하던 몇몇이 흩어졌다.
시오도메 씨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어째서 죽어 버린 걸까요」
「뭔가 나쁜 걸 먹은 건지, 바위에 머리를 부딪친 건지」
「성질이 급하네에. 지난주의 난가~?」
「그래서일까요, 남 일 같지가 않아서——」
우리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고, 묵도에 동참했다.
마을에 고래가 나타나고, 2일째.
월요일임에도 휴가를 내고 말았다.
나와 시오도메 씨는 밀짚모자를 쓰고, 라무네를 한 손에 든 채 바다를 바라보았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구경꾼도 합세하여 인도는 어제보다 북적이고 있었다.
근처 수족관과 대학교에도 고래 소식이 전해졌다.
「폭발」을 기다렸다가 고래를 회수할 계획이라고,
지나가던 스승님이 가르쳐 주었다.
——배에 가득 찬 가스는, 최종적으로 고래를 폭발시킨다.
과연 어촌의 기질이 있어서인지,
모두 경계심보다도 축제를 즐기는 마음을 우선하고 있다.
포장마차가 들어서고, 야키소바 냄새와 고래 냄새가 번갈아 흘러든다.
나 또한 배가 고팠다가, 숨을 참았다가 하기에 바빴다.
고래가 더욱 부풀어오른다. 피부에 자잘한 균열이 생긴다.
파도에서 벗어나 메마른 그 몸은, 더는 바다의 것이 아니게 되어 있었다.
해변과 바다는 통제가 이어지고, 오늘도 조용하다.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새끼를 찾는 어미 고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마을에 고래가 나타나고, 3일째 밤.
해변에 사람은 없고,
파도 소리만이 밤을 가득 채우고 있다.
우리는 해변으로 내려갔다.
이런 한밤중이니, 나무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패하는 냄새는 거센 밤바람에 잦아들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시선을 집중하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도 있었다.
——왼쪽 눈알은, 새에게 파먹혀 움푹 패였으며
——몸의 왼편은, 닳아서 희게 변해 있다
달빛 아래, 고래는 낮보다 더욱 커 보였다.
그것은 팽창 탓이겠지만,
기나긴 한 호흡의 한중간처럼 보이기도 했다.
시오도메 씨는 살며시 고래의 거대한 몸에 손을 얹었다.
스승님의 말씀에 따르면 연구자 외에는 손대선 안 되지만,
이 체험은 규칙보다도 중요한 의식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는 툭 중얼거렸다.
「——이 아이, 엄마를 찾고 있었던 거야」
「……」
「엄마를 찾다가. 길을 잃고. 머리를 부딪쳐서.
여기로 떠밀려온 거야.
어쩌면, 엄마는 먼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시오도메 씨는 때때로 건져올린다.
나는 그것을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하게 여기며 듣고 있었다.
환상이기도 하고, 진실이기도 하다고.
시오도메 씨가 고래에게서 손을 뗀다.
청취가 끝났다.
그의 마음속에 무엇이 오갔는지는 묻지 않고 두었다.
돌아가는 길에, 멀리서 파열음이 들렸다.
기분 탓인가 싶을 만큼 의외로 작은 소리였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서둘러 해변으로 돌아갔다.
고래는 남모르게 터진 듯했다.
팽창이 가라앉고 본연의 잠든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잘 자~, 고래야」
고래는 지금, 호흡을 마쳤다.
그리고 다시, 기나긴 다음 호흡을 향해 나아갔다.
마을에 고래가 나타나고, 4일째 저녁.
일을 마치고 해변으로 향하니,
고래의 모습은 이미 없었다.
「낮에 대학교 사람들이 와서 중기계로 운반해 갔어요」
인도의 소란도 포장마차의 불빛도 사라지고.
해변의 모래도 정돈되고.
바다에는 다시 사람들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우리는, 고래가 있던 모래 위에 앉았다.
「고래가 오기 전날에, 신기한 일이 있었어요——」
『요리하고 있었는데, 오오사키 씨가 불러서.
돌아보니 전혀 모르는 사람이 서 있었어.
오오사키 씨는 일하는 중이고, 집에 있을 리가 없는데.
그래서 나, 「누구?」라고 물어 버렸어.
그랬더니 그 사람, 퍼뜩 놀란 얼굴을 하더니.
아무 말도 않고 나가 버렸어.
복도 모퉁이를 돌았더니 이미 없었어. 쓱 사라져 버린 거야』
「——잘못한 걸까아?」
「잘못?」
「『누구?』라니. 상처받았으려나아」
「경찰서에는 바로 갔습니까?」
「아니. 그야 아무 짓도 안 당했고, 도둑맞은 것도 없는걸」
「만약 다음에 똑같은 일이 생기면, 말도 걸지 마세요」
시오도메 씨는 잠시 침묵했다가, 툭 말했다.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그거, 오오사키 씨야」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날 부르는 목소리가 평소랑 똑같았으니까.
양피지에 떨어뜨린 잉크가, 천천히 시간을 들여 스며드는 것 같은」
「또 어려운 비유네요」
「상냥한 여운이란 얘기지~. 이히히」
시오도메 씨는 자기가 말하고, 자기가 수줍어했다.
「오오사키 씨는 최근에 이상한 일 없었어요?」
「아무것도」
「다행이다. 이쪽 오오사키 씨는 미아가 되지 않아서」
「꿈이라곤 해도, 신기한 사건이네요」
「꿈이 아니라고요」
「잠이 덜 깼던 거겠죠」
「현실이든 꿈이든 뭐든 상관없지만 말야.
이쪽 오오사키 씨는, 나한테만 상냥하게 대해 주세요~?
다른 나를 보더라도, 휩쓸리지 말아 주세요~?」
——다른, 시오도메 씨
아아.
그래.
꿈이라 여겨서.
아니.
꿈이라 여기고 싶어서, 잊으려 했던 것이 있다.
그날, 나는 낯선 집에 있었고.
평소와 다른 모습의 시오도메 씨를 만나.
그가 뻗은 손을, 나는 무심결에 거부하고 말았고,
눈물 짓게 만들어 버렸다——
「아」
동시에, 누군가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그것은 해변 바깥에서부터 와서, 모래를 밟고, 파도 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바다에서, 마을로.
헤매지 않고 똑바로, 마치 정해진 귀로를 가듯이.
「분명 무사히 돌아갔을 겁니다. 고래도, 또 하나의 저도」
떠난 게 아니라, 돌아간 거다.
시오도메 씨는 묵직한 머리를 이쪽 어깨에 기대고서.
기도하듯 눈을 감았다.
「……오늘 저녁은 미치오 군 표 여름 야채 냉소면이에요~」
여름이면 일상과 이계가 교차한다.
올해 여름도 이제 막 시작한 참이었다.
「쇼난십경 -해변-」1959.시오도메A루트
원문: 오오에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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