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난십경湘南十景」 시리즈
⇒ 여름의 쇼난을 그리는 단편집
히노데 편 -반딧불이-
8월 12일, 일요일.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습기를 머금은 공기는 대들보와 다다미까지 스며들어,
집 안의 그림자를 짙게 만들어 갔다.
그림자빛 비옷을 입은 남자는 그 비와 함께 찾아와
교묘한 말솜씨로 현관에 눌러앉았다.
강매 상인「사모님!!!」
집주인「네, 네에」
강매 상인「어두운 데서 글씨를 읽다 보면 시력이 확 떨어져요.
최근에 남편분이 자꾸 눈을 가늘게 뜨고 본다거나……
그런 적 없으세요?」
집주인「남편은 없어서요」
강매 상인「실례했습니다. 우산이 여럿 있길래 분명 떠들썩한 가정이신 줄 알고」
집주인「하숙하는 분들 거죠. 학생 두 분하고 회사원 한 분 계세요」
강매 상인「학생분들이요!!!」
남자의 눈이 기분 나쁘게 희번덕인다.
기다렸다는 듯 말을 받더니 커다란 가방에서 전기 스탠드를 꺼냈다.
강매 상인「형광등은 문명의 빛이죠!
백열등하곤 밝기의 질이 달라요!
학생분들 책상엔 빠질 수가 없죠!」
집주인「어머……」
강매 상인「거기다가! 이 전기 스탠드는 안과 의사도 사용하는 물건이랍니다!」
집주인「어머어머……」
강매 상인「모쪼록 학생분들 공부의 동반자로.
아니면 사모님 바느질 동반자로.
회사원분께는……」
오오사키「필요 없습니다」
나는 계단을 내려가며 단호히 잘라 말했다.
오오사키「이미 충분하니 돌아가 주세요」
강매 상인「아이고, 회사원 님. 어떠세요, 한번 켜 볼까요?
꼭 한번 지금 쓰는 등불하고 비교해 보시고……」
이대로는 끝이 안 난다.
쫓아내려고 다가서는데, 집주인이 그 형광등 스탠드를 꼭 끌어안았다.
집주인「하나, 살게요!」
강매 상인「역시 사모님, 안목이 탁월하십니다!!!」
내가 흰 눈을 뜨고 보는 사이 남자와 집주인의 거래가 이어진다.
남자는 솜씨 좋게 팔아넘기고선 허둥지둥 빗속으로 사라졌다.
오오사키「……저기」
집주인「당장 켜 보죠. 꺄아, 밝기도 해라!」
오오사키「…………」
집주인「역이며 관공서에서도 이젠 형광등을 쓰잖아요? 문명의 빛이란 거죠」
그때 히노데 군이 내려온다.
발소리를 숨기며, 눈으론 현관 너머를 살피고 있었다.
오오사키「방금 그 사람은 강매 상인입니다. 이젠 돌아갔어요」
집주인「아이, 참. 방문판매원이시죠.
……그래서 말인데, 히노데 군.
이 형광등 스탠드, 받아 주련?」
히노데「?」
그는 놀라서 눈을 깜빡였다.
내 방 책상에는 이미 백열등 스탠드가 있다.
내가 쓰던 낡은 독서등이다.
집주인은 그 등을 치우곤 냉큼 새로운 형광등 스탠드를 설치했다.
팟, 하고 새하얀 빛이 퍼졌다.
집주인의 재촉에 히노데 군이 교과서를 펼친다.
글자가 상상도 못 했을 만큼 선명히, 새까맣게 모습을 드러냈다.
집주인「이러면 밤에도 안심할 수 있겠네.
항상 늦게까지 불이 들어와 있길래 걱정했거든」
히노데 군이 조심스럽게 미소 짓는다.
그러곤 시선을 떨구며, 새로운 빛 속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낯익은 뒷모습이다.
오오사키「……값은 나중에 드리겠습니다」
집주인「됐어요. 늦었지만 내가 주는 입학 축하 선물이에요」
집주인은 가뿐한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방은 곧 섬세한 필기 소리와 빗소리로 채워져 갔다.
나는 의지할 곳 없는 소년・히노데 군을 친척이란 이름으로 맡은 이래로,
첫 여름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튿날.
8월 13일, 월요일.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었다.
이불을 개고,
잠옷을 갈아입고,
근처 공원에 라디오 체조를 하러 간다.
셋이서 둘러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둘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혼자, 일을 하러 간다.
그런, 언뜻 보면 평범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었다.
신키바「——그립네요」
직장에서 책을 읽는데, 상사 신키바 씨가 내 손에 들린 걸 들여다보았다.
신키바「세이 쇼나곤, 마쿠라노소시.
요즘 국어 교과서 표지는 이렇게 생겼군요」
오오사키「히노데 군이 쓰는 교과서와 같은 거예요.
질문하면 대답할 수 있도록 저도 공부하는 중입니다」
신키바「그런 점도 그립네요」
신키바 씨가 내게 해 주었던 일이다.
하지만——
오오사키「……이렇게, 어려웠나요」
교과서 내용도 그렇지만,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넌지시 조언을 구하려 했건만, 신키바 씨는 웃으면서 점심 휴식을 위해 나가 버렸다.
저녁.
찻집에서 커피를 마신다.
8시를 넘어설 무렵 히노데 군이 왔다.
창가 쪽 늘 앉던 자리에서 나를 발견하곤 부리나케 맞은편에 앉는다.
오오사키「수고했습니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답한 다음, 곧장 메뉴판에 시선을 옮겼다.
야간 학교 학생에게 봄이든 여름이든 방학은 없다.
어두운 귀갓길에 이렇게 만나서 함께 저녁을 먹는 일이 일과가 되어 있었다.
나는 매번 똑같이 나폴리탄을 주문한다.
히노데 군은 잠시 망설이더니, 오늘은 오므라이스를 선택했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설 때, 나는 그에게 손거울을 내밀었다.
오오사키「입에 묻었습니다」
그는 맨 먼저 앞머리를 정돈하고, 그런 다음 입 주변을 닦는다.
문지른 탓에 빨개진 입술을 보며 나는 언젠가의 문제를 떠올리고 있었다.
집주인『히노데 군, 의사이신 할아버님과 살았댔죠』
오오사키『네, 3년 정도』
집주인『중학생치곤 읽고 쓰는 것도, 「말하는」 것도 곧잘 하잖아요?』
오오사키『……그렇죠』
집주인『할아버님 책장에 있는 어려운 책으로 공부했다 그러더라고요. 이해가 됐죠』
오오사키『……히노데 군이 그렇게 말했나요?』
집주인『그럼요. 장래에 뭐가 되려나.
작가려나? 아니면 할아버님을 따라 의사 선생님이 되려나?
성실한 아이니까, 경찰이 돼도 어울리겠네~』
오오사키『저, 히노데 군이, 말한 건가요? 필담이 아니라 목소리로?』
집주인『아무렴 당연하죠』
오오사키『어떤 식으로……』
집주인『평범하던걸요』
히노데 군은, 평범하게 말할 수 있다.
오로지 내 앞에서만, 말하지 않는다——
집에 켜진 불빛이 가까워진다.
현관 앞에는 낯선 남자의 그림자가 있었다.
경관이다.
집주인은 불안한 눈치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집주인「오오사키 씨! 어서 와요……」
오오사키「무슨 일인가요」
이에 대답한 사람은 경관이었다.
경관「근방에서 빈집을 노린 도난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서요.
지금 순찰 중입니다」
경관은 현관을 힐끗 보았다.
경관「외출하실 때는 반드시 문단속을 하세요.
야간에는 현관등을 켜 두면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럼 이만——」
경관이 옆집으로 향한다.
히노데 군이 움칫대며 고개를 내밀었다.
그는 어느샌가 내 등 뒤에 숨어 있었다.
집주인「빈집 털이라니 흉흉하네……」
우리는 한여름인데도 오싹한 기분으로 집에 들어갔다.
나는 잘 준비를 했다.
히노데 군은 오늘 밤에도 늦게까지 공부할 심산인지 창가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러나——전기 스탠드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스위치가 딸깍이며 가벼운 소리를 낸다.
어쩐지 마음이 헛도는 듯한 소리다.
오오사키「내일 출근 전에 같이 전자제품점에 가 보죠」
히노데 군은 고개를 끄덕인다.
오오사키「오늘 자습은 쉬어야겠네요」
이 말에도 히노데 군은 고개를 끄덕인다.
방 불을 끄자 달빛이 비쳐 들었다.
이부자리 하나에 각자의 베개와, 각자의 이불.
겨울철엔 둘이 함께 커다란 깃털 이불을 덮었지만,
여름철엔 자연히 간격이 생겼다.
오오사키「히노데 군. 잘 자요」
그의 눈이 번쩍 뜨인다.
이렇듯 시선을 마주쳐 주면서도,
역시나, 그에게서 목소리 실린 대답은 없었다.
나는 몸을 뒤척여 돌아눕고, 잠들었다.
이튿날.
8월 14일, 화요일.
상점가 전자제품점에 형광등 스탠드를 가져갔다.
점주「불량품이네」
오오사키「방문판매로 사게 됐습니다.
가격 자체는 시세보다 저렴하긴 했습니다」
점주「제조 과정에서 흔히 나오는 폐품이야.
원가는 거의 안 들었겠지」
오오사키「본체에 문제가 있습니까?」
점주「그래. 그러니 형광등을 갈아도 의미가 없겠어」
점주는 문득 가게 바깥에 시선을 주었다.
히노데 군은 가게 앞에 진열된 장난감을 바라보고 있다.
흥미가 솟기라도 한 건 아니고, 발끝을 꼼지락대는 무료한 모습이다.
점주「저 애는 아는 앤가?」
오오사키「친척입니다」
점주「그렇군. 꽤 어색하길래 남의 집 앤가 했지——」
햇볕이 강해진다.
창 너머로 히노데 군과 눈이 마주친다.
내가 가망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젓자,
그는 놀라지도 낙담하지도 않았다.
이리하여, 2일도 채 되지 않아 실직한 전기 스탠드.
값비싼 문진은 벽장 깊숙이 처박혔다——
밤.
사적인 용무가 겹친 탓에 귀가가 한 시간 남짓 늦어졌다.
찻집 문을 밀자 점주는 주문도 기다리지 않고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내가 앉을 자리도, 주문할 메뉴도 정해져 있다.
커피를 한 모금 머금은 순간 분주함이 코를 통해 빠져나가며,
평소 보내던 시간의, 평소 호흡이 돌아온다.
내게 이런 단골 가게가 생길 줄은 1년 전까지만 해도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무심히 가방을 열고 교과서에 손을 뻗은 순간——
손가락이 멈췄다.
가방 안에는 같은 색 표지가, 두 권.
한쪽은 손에 익은 것.
다른 한쪽은——히노데 군의 교과서다.
아침에 정신이 없는 통에 그의 몫까지 가져와 버린 모양이다.
나는 서둘러 학교로 향했다.
밤중의 학교 건물에는 필요한 곳만 불이 켜져 있다.
복도, 교무실, 교실 한 칸.
작은 창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당연하게도 수업 중이었다.
검은 칠판의 글자는 내 손에 들린 교과서와 똑같은 단어를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히노데 군의 옆모습이 안 보인다.
교무실에는 교사가 띄엄띄엄 남아 있었다.
교감을 찾지 못하고 있으려니 복도 쪽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교감「히노데 군의 형님 아니신가요. 안녕하세요. 어떤 일로 오셨나요?」
오오사키「안녕하세요. 두고 간 게 있어 갖다주러 왔습니다만……」
교감「오오, 교과서는 중요하지요. 그런데 오늘 히노데 군은 결석 아니었나요?」
가슴이 서늘해졌다.
오오사키「결석?」
교감「결석한다는 연락을 받았는데요」
오오사키「……학교에, 안 왔나요?」
교감「네. 어제, 오늘, 내일, 모레.
오본 나흘간은 본가에 돌아갈 예정이라 들었습니다만——」
교감의 눈이 서서히 가늘어진다.
나는 더는 듣지 않고, 왔을 때와 똑같은 속도로 학교를 뛰쳐나갔다.
밤길을 걷는다.
이윽고 맥없이 생각한다.
결석.
나흘간.
내일도 모레도 결석할 예정을 세우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찾을 방도를 잃고 나자 마음은 오히려 평정을 찾았다.
벽걸이 시계의 초침만이 움직인다.
커피의 김은 스러지고, 이윽고 밤빛으로 깊어져 간다.
8시가 지날 무렵, 히노데 군이 왔다.
나는 책상에 교과서를 늘어놓았다.
오오사키「미안합니다. 히노데 군의 교과서까지 가져와 버렸어요.
수업은 괜찮았나요」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 끄덕임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위화감이라곤 티끌만큼도 없었다.
히노데 군은 틀림없이 학교에 가서,
놓고 간 교과서를 어떻게든 마련하여,
수업을 받았던 거다——그렇게 믿어 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나폴리탄을 주문했다.
히노데 군은 오늘, 샌드위치를 골랐다.
훌쩍 어두워진 밤길을 걷는다.
여전히 우리 사이에 대화는 없다.
나의 발소리,
히노데 군의 발소리,
그리고 그가 짚는 지팡이 소리가 제각기 울린다.
그의 함묵을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침묵임을 알게 된 지금,
그것은 무겁고, 숨 막히는 것으로 변해 있었다.
집에 켜진 불빛이 보였을 때, 곧장 이변을 눈치챘다.
집주인 옆에 커다란 뒷모습의 형체가 둘.
경관이다.
집 안에도 경관이 있었고, 손전등 불빛으로 바닥을 훑고 있다.
집주인「오오사키 씨!」
오오사키「이 소란은 무슨……」
집주인「잠깐, 아주 잠깐이었는데.
간장이 다 떨어져서 사러 나갔다가,
돌아와서, 지갑을 금고에 넣으려고 했더니,
그랬더니——!」
오오사키「진정하세요. 대체 무슨 일이……」
동요하는 집주인 대신 경관이 대답했다.
경관「빈집 털이입니다. 외출한 사이 금고를 도둑맞았습니다」
오오사키「!」
집주인「오오사키 씨 방은 무사해요!?」
황급히 2층으로 뛰어 올라간다.
나는 장롱 서랍에 작은 금고를 넣어 두었다.
……내용물은 무사했다.
집주인「잠깐, 오오사키 씨! 다이얼이 풀려 있어요!」
오오사키「처음부터 번호 설정은 안 해 뒀습니다」
집주인「그래서야 그냥 상자잖아요……」
확실히 부주의했다.
금고 속에는 내 물건뿐만 아니라 히노데 군의 인감이나 통장도 들어 있다.
도둑맞았다는 상상만 해도 등골이 서늘했다.
경관은 모든 방에 들어가며 범인의 흔적을 찾았다.
일련의 수사를 마치고 그들은 돌아갔다.
집주인은 현관을 단단히 잠갔다.
여태 공포로 흔들리는 그 눈으로, 내게 매달렸다.
집주인「오오사키 씨——아니, 탐정님.
범인을 추리할 수 있겠어요……?」
나는 살짝 눈을 내리깔며 범인의 행적을 상상했다.
——신발 자국으로 보아 범인은 한 명.
침입 경로는 대담하게도 현관.
집주인이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주인『집에 돌아올 때까지 10분도 안 걸릴 거라는 생각에……』
범인의 발자국은 1층에 집중되어 있다.
2층으로 올라간 흔적은 없다.
이로부터 추측할 수 있는 범인상은——
오오사키「돈이 있는 곳. 사람의 출입. 이 사실들을 알고 있는 사람」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는 건,
얼굴이 알려져 있다는 뜻이다.
심야.
이불 속에서 눈을 감지 못하고 있었다.
탐정이라 청해진 이후부터,
사고가, 시야가, 점점 또렷하게 맑아진다.
……사적인 일이라곤 해도, 역시 탐정답게,
진실은 「발」로 뛰며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튿날.
8월 15일, 수요일.
일하러 나간 척을 하곤 울타리 모퉁이에서 현관을 감시한다.
남자가 길모퉁이에 서 있기만 해도 수상히 여겨지는 법이지만,
원래부터 이웃 사람이기에 가벼운 인사로 그쳤다.
먼저, 옆방 대학생이 나왔다.
실제로는 학생인지 재수생인지 알 수 없는 남자다.
그 다음 집주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정원에 빨래를 널고 있다.
이야기 상대는 히노데 군이리라.
그러나 내용도, 그의 목소리도, 여기까지는 닿지 않는다.
정오.
일 년 중 가장 조용한 시간이 찾아온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과.
사방에 둘러쳐진 전선.
매미 소리가 이들 사이로 빠져나가 드높이 울리고 있다.
모든 것이, 백일몽 같았다.
전쟁 후에, 나는 운 좋게 신키바 씨의 도움을 받았다.
그가 알아봐 준 야간 학교를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때마다 신키바 씨를 의지했다.
신키바 씨는——아버지는,
한발 앞서 교과서를 읽으며 글자의 발음을 기입해주곤 했다.
좋은 아버지였다.
그럼 나는,
히노데 군의 좋은 형이 되어주고 있을까.
히노데 군은 질문하지 않는다.
나와 같은 나폴리탄을 주문하지 않는다.
손거울을 보며, 스스로 자신의 더러움을 닦아내 버린다.
완전한 남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리 느낀 순간,
그의 무언가가 되고 싶다고 바라는 자신을 깨닫는다——
저녁.
학교가 시작되는 시간.
히노데 군은 집을 나섰다.
그 걸음은 학교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는 스쳐 지나는 사람들의 얼굴도,
하물며 밤하늘의 별도 보지 않았다.
그저 한결같이 고개 숙인 채,
그럼에도 헤매는 일 없이 어딘가를 향해 계속 걷는다.
그 걸음은 마을을 벗어나 강둑으로 올라갔다.
바로 옆에는 검고 커다란 사가미강.
바람 없는 수면에 철교를 달리는 전차 불빛이 고스란히 비친다.
여기서도 히노데 군은 깊은 강가를 계속 바라보았다.
그 그림자가, 금방이라도 빨려 들어갈 것 같아졌을 때——
오오사키「히노데 군」
나는 그를 불러 세웠다.
그는 곧바로 돌아보았다.
미행을 당했다는 사실에 조금은 당황해줄 줄 알았는데,
놀라지도 낙담하지도 않았다.
전자제품점 창문 너머로 보았던 표정과 똑같은,
「다 안다는」 눈이었다.
오오사키「일이 일찍 끝나서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히노데「……」
오오사키「히노데 군은 왜 여기 있습니까? 학교는?」
히노데「……」
오오사키「공부가 싫어졌나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 시선을 재차 강가로 떨어뜨린다.
피하는 것과는 다른, 무언가를 찾는 눈이었다.
나는 살며시 다가서며 팔을 내밀었다.
말을 대신하는 필담이다.
그러자 그의 손가락이 뜻밖의 단어를 적었다.
오오사키「——반딧불이? 반딧불이를, 찾고 있었나요?」
그는 곤란한 표정이 되어 끄덕였다.
오오사키「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건 7월입니다. 8월 중순까지 살아 있는 경우는 드물어요」
진심으로 아쉬운 눈치다.
다시 말해 히노데 군은,
어제도 그저께도 강에 와서 무모하게도 반딧불이를 찾고 있었던 건가.
오오사키「반딧불이가 보고 싶을 뿐이면, 더 일찍 말해 줬더라면——」
히노데「!」
세차게 고개를 저어 버린다.
아무래도, 지금 반딧불이를 찾는 행위에 의미가 있는 모양이다.
오오사키「적어도 여기엔 없습니다.
여긴 하구라서, 해수가 섞이는 기수역에서는 반딧불이가 서식하지 못 해요」
히노데「??」
오오사키「강은 일방적으로 흐르는 듯 보이지만, 실제론 바다한테 도로 밀려나기도 하거든요」
논리 정연하게 차근차근 타이르고 만다.
아니나 다를까 낙심하게 만들어 버렸으나,
내 심중에는 이미 대안이 있었다.
오오사키「하나미즈강에는 있을지도 모릅니다」
히노데「……?」
오오사키「히라츠카에는 강이 하나 더 있거든요」
거기까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 대학생에게 자전거를 빌렸다.
히노데 군을 뒤에 태운 채 밤거리를 내리 달렸다.
침묵이 바람에 옅어져 간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문제로부터 멀어져 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지금이라면 하지 못했던 말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오사키「거짓말을 하고 학교를 쉬다니, 의외로 대담하네요」
히노데「……,」
오오사키「지루한 수업이었겠죠. 히노데 군의 필기 능력을 보고 짐작했어야 했습니다」
셔츠를 붙잡은 손이 머뭇대며 움직인다.
말이 없더라도, 그것만으로 그가 사과한다는 걸 헤아릴 수 있었다.
오오사키「화 안 났습니다. 봄은 새벽. 여름은 밤.1 이니까요——」
하나미즈강에 도착했다.
이쪽 강은 얕으며 풀 내음도 짙다.
우리는 하천 부지로 내려갔다.
잠시 동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어둠만이 펼쳐졌다.
그러나 머지않아 한 줄기 빛이 가로질렀다.
둘, 셋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과연 반딧불이가 날고 있었다.
시선을 집중해야 간신히 찾을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수다.
찾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빛이었다.
오오사키「이 강은 굽이치며 흘러서 바다가 가까워도 해수가 잘 섞여들지 않습니다.
상류 쪽으로 가볼까요? 조용한 곳이면 반딧불이가 좀 더——」
히노데 군은 고개를 젓는다.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눈앞의 반딧불이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만지려 하지 않고.
잡으려 하지도 않고.
말없이, 반딧불이와 눈높이를 맞춘다.
오오사키「……그렇네요」
나는 비로소 그의 목적을 알았다.
나 또한 같은 마음으로 반딧불이의 호흡을 바라보았다.
오오사키「분명 이 빛 어딘가에, 로렌 씨는 계실 겁니다」
사람의 영혼이 돌아오는 오본 시기.
올해는 바쁜 일들에 치여 소홀했던 것을 반성한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우리는 이곳에 와서 찾으리라.
자연 속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을.
일요일.
범인이 붙잡혔다.
집주인의 금고가 현관으로 돌아왔다.
경관의 입회 하에 집주인은 신중히 뚜껑을 열었다.
통장.
브로치.
목걸이.
그리고, 영정 사진——
집주인은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는 듯 남편의 사진을 연신 어루만졌다.
경관「범인은 금고를 못 연 모양입니다. 부수기 전이라 다행이었네요」
오오사키「범인의 신원은?」
경관「오오사키 씨. 당신이 준 용모파기 그대로의 남자입니다」
역시나.
경관「범인은 방문판매를 가장해 집에 들어와 가정 환경을 캐물었습니다.
최근에는 형광등 스탠드를 팔고 다닌 모양이더군요」
집주인「샀어요! 제가! 형광등 스탠드! 심지어 그때 쓸데없는 얘기도 많이 했고……」
범인은 집 출입을 캐묻곤 주인이 부재중일 때를 노렸다.
더구나 상품 판매 시에 집주인이 돈을 가지러 가는 방의 동선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짧은 시간 내에 망설임 없이 절도를 저지를 수 있었던 거다.
그건 그렇고, 라는 말과 함께.
경관의 눈이 히노데 군에게 향한다.
경관「공을 세웠네, 히노데 군」
그는 계단 아래 오도카니 앉아 있었다.
경관「14일 밤에 오오사키 씨가 서에 와서 수상한 판매원의 정보를 주셨죠.
15일 낮에 이 아이도 전화를 했었습니다」
오오사키「히노데 군이, 전화를……?」
경관「아주 또박또박, 범인의 대화나 수법을 알려 주더군요」
오오사키「또박또박……」
경관「다음에 범인이 출몰할 만한 집의 후보까지 지목해 줬습니다.
그 덕에 현행범 체포를 성공한 거죠」
자기 이야기임에도 히노데 군은 허둥지둥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경관「칭찬 많이 해 주세요」
내 방으로 돌아오니 책상에 앉은 히노데 군의 뒷모습이 있었다.
형광등 스탠드 위치에는 내 낡은 백열등 스탠드가 돌아와 있다.
그는 평소처럼 원고를 마주한 채 연필을 놀리고 있었다.
오오사키「용기까지 있네요」
히노데「……」
오오사키「훌륭합니다」
히노데「…………」
오오사키「하지만 이번에는, 제가 한발 빨랐네요」
히노데「……………」
오오사키「아니죠. 히노데 군은 금고를 되찾기 위해 두뇌를 활용한 거로군요」
범인을 찾으려 한 것이 아니라,
집주인의 금고를 되찾는 일만을 위해서 행동했던 거다.
히노데 군이 살짝 돌아보았다.
입술을 작게 앙다물고,
코는 꼿꼿이 세웠으며,
온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히노데『두뇌를 활용했다기보다, 이런 건 식은 죽 먹기인데요?』
라고 하는, 복잡하면서도 유치한 소년의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
이렇게 온몸으로 외치며 부끄러워할 수도 있구나 싶어서,
그의 새로운 일면에 나도 모르게 웃어 버렸다——
가나가와현 히라츠카시
미망인 집주인과,
낯을 가리는 대학생과,
보잘것없는 탐정과,
탐정 소설가 지망 중학생의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을 듯하다——
「쇼난십경 -반딧불이-」1956.히노데 루트
원문: 오오에 공식 홈페이지
화자의 이름이 미표기된 버전: 링크
세이 쇼나곤 마쿠라노소시 제1단의 여름 밤을 묘사한 구절 중에 반딧불이 언급이 있습니다.
형광등蛍光灯의 형 자도 제목에 쓰인 반딧불이 형 자입니다.
- 春は曙。夏は夜。세이 쇼나곤, 마쿠라노소시 제1단의 구절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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