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난십경湘南十景」 시리즈
⇒ 여름의 쇼난을 그리는 단편집
아리아케 편 -등불-
가마쿠라는 여름이 되면 바다 내음이 온 마을에 가득 찬다.
유카타로 갈아입은 수영객들이,
줄지어 쓰루가오카하치만궁의 경내로 향하는 것이다.
이날,
우리는 오토리이(大鳥居) 아래서 만났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시나가와 군. 그리고——」
「자, 네가 먼저 인사드려」
「……」
「어이, 자기소개」
「…………」
형의 등 뒤에 반쯤 숨어, 옆에 있는 신키바 씨의 소매를 붙잡고,
작은 눈만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종이로 만든 빨간 오니 가면은 절분 때의 흔적인지 뿔이 부러져 구깃구깃하다.
그만큼 소년의 마음에 쏙 든 물건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눈높이를 맞추고자 몸을 숙였지만,
「싫어」
라며 곧장 거절당했다.
「허? 야 링고, 낯 좀 그만 가려. 실례잖아」
「신경쓰지 마세요.
제가 검은 유카타를 고른 탓입니다.
무섭겠죠, 누리카베 같고」
「아니아니아니」
「검은 오오사키 군이 누리카베면, 갈색인 난 누라리횬이려나.
빨간 두 사람은 작은 오니 형제고」
「우리 탐정사는 대체 뭐하는 곳임까……」
「다들 그만큼 사복이 잘 어울린단 거죠」
가장 들뜬 사람은 신키바 씨다.
오늘 축제는 내가 권유했다.
신키바 씨는 시나가와 형제를 초대하고, 모두에게 유카타를 사 입혀 주었다.
그러나 나만은, 게다도 유카타도 어딘지 익숙지가 않았다.
「꼭 유카타를 입을 필요가 있었나요?」
「오오사키 군, 유카타는 축제의 드레스코드랍니다」
신키바 씨는 경쾌한 게다 소리와 함께 오토리이를 통과한다.
우리도 그 뒤를 따랐다.
쓰루가오카하치만궁의 참배길——단카즈라 참배길은, 양옆에 나무들을 끼고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저녁 무렵쯤 되면 그저 어슴푸레해서, 가까이 있는 표정조차 모호해진다.
사람들은 소매를 스치며 걸으면서도,
누구도 서두르지 않고, 누구도 재촉하지 않았다.
시작은 넓고, 머지않아 좁아지는 단카즈라 참배길을 빠져나가자
사람들은 경내로 흘러들고. 눈부신 포장마차 등불이 우리를 맞이했다.
축제는 기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착색된 작은 새.
눅눅해진 과자 뽑기(型抜き).
당첨 없는 복권.
하지만 축제라면 용서된다.
비일상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먼저 속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법이다.
그런 와중에, 나는 시선만으로 포장마차를 둘러보았다.
「선배, 뭐 찾는 거라도 있으세요?」
「네. ……저기 좀 들러도 될까요?」
「당연하죠. 어 근데, 어어~……」
겨우 찾아낸 건 가면 가게였다.
여우, 원숭이, 토끼, 길한 면면들 아래로
팔다 남은 빨간 오니 가면이 고요히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손에 든다.
어린아이의 낙서 같은, 흐물흐물한 미소가 사랑스럽다.
그것을 쓰고 뒤돌아보니,
링고 군이 고개를 빼꼼 내밀곤, 그가 먼저 찬찬히 다가왔다.
「동료다!」
「신났네 이 녀석……」
「솔직하고 착한 아이군요」
「손 잡자!」
「예」
「선배만 괜찮으면 뭐어, 괜찮지만……」
그 후 우리는 경내 깊은 곳으로 왔다.
물 요요나 고리 던지기, 사격. 경내에 아이들의 환성이 터져 나온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가면은 이마로 비껴 올라가 있었지만,
맨얼굴을 드러내도 링고 군의 미소는 변치 않았다.
날이 어두워지자 무녀가 나와 등롱에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등롱 축제(봉보리 마츠리)——8월에 개최되는, 가마쿠라의 여름나기 축제다.
화지로 만든 사각 등롱 한 면에, 저마다 그림이 그려져 있다.
가마쿠라에 연고가 있는 작가들의 서화였다.
그것이 약 100기나 늘어선 모습은 장관이다.
색으로 물든 등롱 주변에서는 신기하게도 숨이 진정되었다.
그림이 나타날 때마다, 모두 빠져들듯이 넋을 잃었다.
그리고 여기서도 신키바 씨는 유달리 기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우리 탐정사 오오사키 선생님의 등롱은 어디 있을까——」
그때.
인파 속에서, 익히 아는 얼굴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길을 가로질러 불빛 없는 연못 쪽으로 사라져 간다.
그가 자취를 감춘 그 방향을,
나는 무심결에 눈으로 쫓고 있었다.
「오오사키 군? 왜 그래요?」
「아뇨……」
「아!」
하고, 시나가와 군이 가리킨다.
——얼마 전의 의뢰인이 가마쿠라의 문사였다.
수채화 이야기가 나와,
특별히 한 개, 등롱을 봉납할 기회가 마련되었던 것이다——
제재는 석양의 바다.
낮이면 결코 찾아낼 수 없을, 엷은 색채의 그림.
거기에 촛불의 태양빛이 섞여 부드러운 담홍빛을 발하고 있다.
마치 태양에 비친 파도가 반짝이는 것만 같았다.
「네 그림은 조용해서, 마음이 씻겨나가요.
역시 이걸 위해서라도 오길 잘했네요」
「……구석에 에노시마. 그 너머에 희미하게 후지산.
그렇단 건 쇼난 바다고.
시선의 높이로 봐선 산 중턱.
아니면 어디 집 베란다에서 본 풍경…….
어떰까? 제 추리, 맞았나요?」
「정답입니다」
그날 해 질 녘엔 옅게 구름이 끼어 있었기에.
낮과 밤의 그라데이션을 단순하게 만들고 있었다.
아침으로 착각할 만큼 신묘했던 바다의 색채를
그와 바라보며.
그는 어렴풋이 「아름답다」고 했다.
……실은, 이 그림을 함께 보고 싶던 사람이 있다.
하지만 권유가 거절당하고야 말았다.
그 아리아케 씨의 환영을 인파 속에서 보다니,
나는 무언가에 씌인 모양이다.
이제 그만 주의를 돌리려던 차에,
링고 군이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안 가도 돼? 찾던 사람한테」
찾던 사람——?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있었잖아?」
「있었다 해도, 지금은 관계없으니까요」
「다리, 아픈 것처럼 절고 있었어」
「……」
「그래도 괜찮아?」
링고 군의 신기한 음성이 다정하게 박혀들었다.
아무것도 모를 터인데,
나와 그를 동시에 염려하는 것만 같았다.
……시나가와 군을 닮아 추리를 잘한다.
나는 맡아두었던 장난감을 내려놓았다.
솜사탕, 사과사탕, 물풍선, 길다랗기 짝이 없는 밀가루 과자.
이걸 모두에게 나눠주었다.
「선배?」
「급한 볼일이 생각나서,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으엑! 본궁 참배는? 포장마차 음식은?」
「다음 기회에, 아니, 빠른 시일 내로」
나는 가면을 고쳐쓰고 인파 속으로 녹아들었다.
「저, 저기! 저도 선배가 얻어 줬으면 하는 사격 경품이 있었는데요~!
아니, 이미 없잖아!
……아까 솔직하게 부탁할걸……!」
「평소의 뒷조사가 도움이 되네요」
「뭠까……?」
연못 부근은 고요했다.
등롱도 드물었고, 경내의 음악도 멀다.
아리아케 씨는 울타리에 걸터앉아 있고, 그 발치엔 남자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남자의 굵직한 손가락이 아리아케 씨의 다리를 훑는다.
그 손길에, 간지럽다는 듯 그는 웃었다.
나는 나무숲의 그림자 속에서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지난주의 전화에서, 아리아케 씨가 일정을 얼버무린 바로 그 이유를 눈앞에 두고.
바람이 불며 나뭇잎 사이로 빛이 비쳤다.
「——오오사키 씨?」
떠나려던 등 뒤로 불러세워진다.
도망치려 했다면 도망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멈춰서 버린 것이 곧 대답이었다.
「아얏——」
아리아케 씨가 일어서려다 주저앉는다.
나는 미련 없이 그에게 달려갔다.
팔을 부축하고 일으킨다.
그러자 뜻밖에도, 그는 내게 온몸을 기댔다.
「익숙지 않은 게다를 신고 오는 바람에, 발을 삐어버려서…….
그래도 다행이에요, 오오사키 씨가 와 주셔서」
「……」
「오오사키 씨, 맞죠?」
확신했을 텐데도, 그는 물었다.
나는 체념하고 가면을 벗었다.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나조차 알 수 없지만,
무언가 불쾌한 감정이 만천하에 드러난 기분이 들었다.
……이 남자는, 누구인가.
그러한 의심이다.
아리아케 씨는 내게 기댄 채,
남자를 향해 미소 지었다.
「부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까지면 됐어요.
이제부턴 이분께 바래다 달라고 할게요」
「이 사람은……?」
「오오사키 씨는 저의——」
나는 남자를 향해 묵례하고,
아리아케 씨의 어깨를 거칠게 돌려세웠다.
단카즈라 참배길을 말없이 걷는다.
등롱이 켜졌을 시기에 돌아가는 사람은 우리 말곤 없다.
오토리이 근처의 돌계단에 그를 앉히고,
그의 발끝을 만져 보았다.
한 번 봐서는 얼마나 심한 염좌인지 알 수 없었지만,
발등에 작은 물집이 잡혀 있었다.
「물집, 터뜨릴까요?」
「……네?」
「터뜨리는 편이 통증은 더 빨리 가라앉습니다」
「앗……아뇨, 이대로 둬 주세요.
오오사키 씨는 항상 그렇게 하시나요?」
「어릴 때는 자주요」
「……안 아픈가요?」
「처음만요」
「그거, 좀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
대충 행한 처치. 병원을 싫어하는 것을 들키고 말았다.
……그런 것보다.
지금의 내 모습이, 아까 전 남자와 판박이라는 사실을 견디기 어려웠다.
「……택시를 잡아 오겠습니다, 그걸로 돌아가세요」
「여기 있었던 이유, 안 물어봐 주시는 건가요?」
「……」
나는 무심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는 이런 나를 가만히 내려다본다.
나 역시 마주 바라보고 있을 텐데도,
그의 땀으로 젖은 목덜미나 가느다란 손가락의 떨림을 알아차리고 말았다.
시선이 방황하는 건, 이젠 숨길 도리도 없다.
「……쉬었다 가시겠어요」
거리에서 벗어난 곳에 있는 작은 찻집 겸 숙소(茶屋).
2층 다다미방으로 안내받는다.
아리아케 씨는 한쪽 다리를 끌어올려 의자에 앉아,
얼음 주머니를 대고 있다.
사람 좋은 접수대 종업원이 만들어 준 물건이다.
나는 그의 반대편에 앉아, 경내 방향의 밝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화는 분명, 내 쪽에서 멈춰 있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은」
「직장 후배예요.
등롱을 봉납했으니 보러 와 달라고 해서」
「두고 와도 괜찮았던 겁니까」
「네. 지금쯤 다른 분들과 합류했을 거예요」
「다른 분들?」
「동료들과 함께 왔거든요」
「……그랬습니까」
‘다른 분들’이라는 말을 듣고, 나는 알기 쉽게 어깨를 늘어뜨리고 말았다.
……딱히 그와 아리아케 씨, 단둘이서 온 건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 사람은 가마쿠라에 살아서 예전부터 하치만궁이 놀이터였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발을 다쳐서,
인적이 드문 거기까지 안내해 준 거예요」
「현지인이시면, 혼자 헤맬 일은 없겠군요」
「지금쯤 본궁 근처에서 만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건 그렇고.
그림 봉납이 가능한 건 화가뿐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사람은 그림 실력이 뛰어난가 보군요」
「여러 번 상을 탄 적도 있고, 이번에도 추천을 받았대요.
무척 아름다운 등롱이었죠」
「……」
나는 차를 마시는 척 입가를 가리며.
답변을 흐렸다.
이대로 삼켜버리고 싶었으나,
채 억누르지 못하고 흘러넘치고야 말았다.
「꽤 친해 보이더군요」
「에헤?」
「즐거운 시간을 방해한 겁니까」
「아~……그때는,
좀 곤란한 말을 들어서 쓴웃음으로 답했을 뿐이에요」
「무슨 말을 들은 건가요」
「으~음. 말 못해요」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오오사키 씨는 어쩌다 이 축제에?」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불빛을 발견해서 무심결에 들렀습니다」
「무슨 일이길래 유카타를 입고, 가면을 쓰나요?」
「……비밀 유지 의무가 있어서 대답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미행 조사였다든가?」
「그것도요」
「그럼 우린 오늘 숨기는 것투성이네요」
유리잔 속의 얼음이 내려앉으며 경쾌한 소리가 난다.
혹은, 그의 눈동자가 이쪽을 향하는 소리일까.
그는 장난스럽게 미소 짓고 있었다.
「왜 화를 내시는 건가요?」
「저는, 딱히——」
「그 사람한테? 아니면 저한테?」
「……」
「아뇨, 괜찮아요. 꾸짖으셔도.
그야 우리, 연인 사이니까요.
서로를 속박해도 괜찮은 거잖아요……?」
그 목소리에 희미한 쓸쓸함이 섞인 것처럼 보였다.
「이 찻집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연인이라는 증거예요.
누가 봐도 우린 친밀한 관계라는 거죠」
「종업원은 당신 다리를 걱정한 것뿐입니다.
……당신의 후배도요」
「하지만 그는 내일 제게 묻겠죠.
그 사람은 누구냐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대답할게요」
「그러지 마세요」
「어째서죠?」
「……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당신에겐 좋지 않으리라 봅니다」
「그러니까 어째서요?」
「……」
「제 걱정, 안 해 주시는 건가요?」
그가 꾸며내고 있던 미소가 허물어지고,
불안한 표정이 드러난다.
평소의 아리아케 씨와는 다른 모습이란 건,
나 또한 처음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그때, 그 사람 집에 초대받았어요. 발을 식히자면서요.
당신같이 물집을 터뜨리자고도 하지 않았고,
택시로 돌려보내려고도 하지 않았어요」
나는 또다시 시선을 밖으로 던지고야 말았다.
그러자 그는 예상치 못한 발걸음으로 일어서서,
내 옆에 찰싹 달라붙는다.
좁은 의자에 겹쳐 앉는다.
천칭이 있다면,
아리아케 씨에게 기울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정도로, 연인으로서 실격인 일을 저질러 버린 것이다.
「……죄송합니다」
「정말 아는 거예요?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
숨결이 몹시 가까워진다.
「당신은 어린애들에게 둘러싸여서. 즐겁단 듯이 사격이나 하고」
「!」
「제가 먼저, 당신을 발견했었다고요……」
「떳떳지 못한 짓은 아무것도……」
「그럼 아까 왜 일이라고 거짓말한 건가요?」
——설마,
눈앞을 가로지른 것도.
남자에게 친근하게 굴었던 것도.
다리를 만지게 한 것도.
모두, 나 보라고 한 일이었나…….
「싫었어요. 오오사키 씨가 생긋 웃는 얼굴」
「그건 가면에 있는 그림이라……」
「사격에서 가장 무거운 경품을 쏜 것도」
「그건 우연히……」
「고리 던지기에서 모든 목표물에 성공한 것도」
「그건 기적적으로……」
「요요 낚시에서 한 번에 5개나 낚아올린 것도」
「그건……반성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축제를 파괴해 버렸다.
「가장 싫은 건……이러는 저 자신이에요」
「아리아케 씨……」
「저한테 질리지 말고 들어주시겠어요?」
「네」
「저 말고 다른 사람 손, 잡지 말아요——」
상대는 어린아이고,
걱정할 필요는 그 무엇도 없을 텐데.
아리아케 씨도 어린아이처럼
그 말을, 씁쓸하고 괴로운 듯이 토해냈다.
마치 자백을 들어 버린 듯한 아픔이
내 가슴에도 스며든다.
하다못해 그 아픔을 보다 많이 빨아들일 수 있도록,
나는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건전한 타인조차 적으로 착각해 버린다.
이것이 사랑의 작용이라 한다면,
이 얼마나 어리석고 한심한 일일까.
그러나. 이 겁 많음에 괴로워하면서도, 아리아케 씨에게서 떨어질 수 없다.
이 역시, 사랑의 작용이라 생각한다——
다음날 아침.
불 꺼진 등롱이 늘어선 인기척 없는 경내를 걷는다.
축제의 떠들썩함은 이미 까마득하고, 하얘진 등롱은 덧없는 뼈 같다.
아리아케 씨는 쓸쓸해 보이는 내 그림을,
깊이, 오랫동안 감상했다.
「——그래서 축제에 오셨던 거군요」
「전에 당신을 부른 것도 이게 이유입니다」
「말씀해 주셨으면 일정 같은 건 바꿨을 텐데……」
「괜히 기대하게 만들었다가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전 아마추어니까요. 이렇게 주위와 비교해 보면……」
「오오사키 씨의 그림, 무척 멋져요」
그는 파도를 콕 찔렀다.
화지가 망가지지 않도록, 살며시, 비밀스러운 손길로.
「……주말에, 저희 집에 와 주시겠어요?」
「물론입니다」
「석양이 지는 모습을 또 함께 보고 싶어요」
그는 앞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 포근하게 웃었다.
그 웃는 얼굴 그대로 사뿐히 몸을 일으키더니,
내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한다.
「서두르죠!」
「아리아케 씨, 뛰지 마세요!」
「지금부터 일해야 해요! 빨리 옷 갈아입고 가야 한다고요!」
「그건, 그렇지만……!」
그는 발의 통증을 느끼고 있지 않다.
마치 처음부터, 통증 따윈 없었던 것처럼.
그렇다면 이 얼마나 지독한 기만인가…….
나는 아직, 축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건지도 모른다.
「쇼난십경 -등불-」1956.아리아케 A루트
원문: 오오에 공식 홈페이지
화자의 이름이 표기된 버전: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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