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난십경湘南十景」 시리즈
⇒ 여름의 쇼난을 그리는 단편집
시즈마 편 -파도-
여급「손님, 요즘 자주 뵙네요」
시즈마「기억해 주다니 기쁜걸」
여급「늘 같은 자리에 같은 주문이잖아요. 설탕을 몇 개 넣는지까지 외워 버렸어요」
시즈마「커피가 맛있는 가게는 어디에나 있지만, 난 이 커다란 창문이 마음에 들거든」
여급「이게 그렇게 좋아요? 굴곡이 너무 심해서 바깥 풍경도 제대로 안 보이는데」
시즈마「다이쇼 시대의 오래된 유리야. 기술이 미흡한 시대라 똑바로 만들지 못한 거지」
여급「역시 싸구려 같아」
시즈마「게다가 깨지기도 쉽고」
여급「싫어라. 가게 창문은 다 이건데」
시즈마「그만큼 소중히 다뤘다는 증거지」
여자가 몸을 책상에 기댔다.
여급「사실은 누구 노리는 사람이 있는 거죠?」
시즈마「글쎄, 어떠려나」
여급「있다는 표정인데」
시즈마「이봐, 여긴 순수하게 커피만 즐기는 곳 아니었나?」
여급「맞아요. 하지만 손님에 따라서는 불순해지기도 하죠」
여자가 짓고 있던 미소의 종류를 바꾼다.
남자가 기울였던 고개의 각도를 바꾼다.
열 받는 대화다.
저들이 짓는 미소는 본심이 아니다.
거짓말에 익숙해진 인간들 특유의 그저 매끄럽기만 한 의사 교환이었다.
나는 구석진 소파 자리에 앉아 있었다.
시즈마 씨는 창가 테이블에서,
여급과 농담뿐인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나는 줄곧 저 너머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쪽 역시, 이쪽에 듣는 귀가 있음을 눈치채고 있는 듯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말이다.
면담에 적합한 도쿄 내 가게를 가르쳐 달라, 그렇게 부탁한 건 나지만.
시즈마 씨 본인의 단골 가게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하물며 동시 방문이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간신히 뜨거운 커피에 익숙해졌을 무렵,
의뢰인이 나타났다.
여성「늦어서 죄송합니다, 길을 잃어서 그만. 오오사키 씨 맞으시죠?」
오오사키「예」
여성「전화로 친절히 상담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오오사키「편하게 앉으시죠」
어깨 끝까지 그림자를 드리우는 커다란 모자를 쓴 여성이었다.
나오미「아리아케——아니, 카와이 나오미(河合奈緒美)라고 해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번에는 사람 찾기를 의뢰하고자 합니다」
그녀는 작은 가방에서 몇 가지 물건을 꺼냈다.
서류.
열쇠.
그리고, 한 장의 사진.
사진 속 학생은 긴장 탓인지 턱을 살짝 치켜들고 있다.
눈과 코에는 거의 음영이 없어 얼굴만 희게 떠 보였다.
소년이 응당 가져야 할 용맹함이라곤 없이 하얀 백합처럼 위태로워 보이는 자세였다.
나오미「오빠 아리아케 쇼타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나오미『이건 10년도 더 된 사진이에요. 오빠는 지금 27살이고, 현재 사진은 없습니다. 저희 남매가 비록 사이는 소원했지만, 저는 언제나 계속 오빠를 마음속에 그리고 있었답니다. 전 결혼식을 앞두고 있어요. 오빠에게서 답장이 안 와서 자택에 직접 찾아가 봤더니, 반 년 넘게 직장에도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단 소식을 듣게 된 거예요』
나오미「——오빠는 생활을 내팽개칠 사람이 아니에요.
분명 나쁜 사건에 휘말렸을 거예요.
오오사키 씨. 이만한 이야기만으로 오빠의 행방을 쫓을 수 있을까요?」
그녀가 눈물 고인 눈으로 호소한다.
내가 대답할 차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나오미「오오사키 씨?」
오오사키「」
폐가 제멋대로 수축한다.
진땀에 온몸의 피가 식는다.
숨을 쉴 수가, 없다.
이 사진에서, 이 소년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아니, 그게 아니다.
소년의 눈동자에, 매료되고 있다——
문득 몸이 소파에 가라앉았다.
바로 옆에 시즈마 씨가 있었다.
어깨에는 팔이 둘러져 있다.
허물없는 거리감 속에서도,
그의 시선은 오직 의뢰인・나오미 씨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나오미「당신은……」
시즈마「마찬가지로, 탐정사 사람입니다」
나오미「아까 저쪽에 앉아 계시던 분……?」
시즈마「아뇨? 잘못 보셨겠죠」
시즈마 씨가 태연하게 거짓을 답하고, 나오미 씨는 고개를 숙인다.
……이런 소릴 곧이곧대로 들어 버리다니, 그간 그녀가 겪었을 마음고생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시즈마 씨는 서류를 보기 시작했다.
시즈마「오빠분께서는 시부야에 사시는 모양이군요」
나오미「네」
시즈마「이 열쇠는?」
나오미「집을 열기 위해 경찰에게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시즈마「그럼, 실종 신고는 마치셨다는 거군요」
나오미「네. 하지만 진전이 없어서……」
시즈마「그래서 저희 쪽에 의뢰를」
나오미「네」
대화는 빨랐고, 사실만이 오갔다.
시즈마「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나오미「네」
시즈마「왜 가나가와의 탐정에게 의뢰를?」
그건 나 역시도 알고 싶다.
그녀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나오미「도쿄 내의 탐정분들께도 상담했죠. 하지만 다 거절당해서요……」
시즈마「거절이요?」
나오미「이유는 모르겠어요. 이렇게 만나 주신 건 신키바 탐정사 분들뿐이에요……」
시즈마「마음껏 우셔도 됩니다. 저희는 의뢰인의 마음에 다가가는 게 신조니까요」
그러며 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시즈마「오빠분은 반드시 찾아내겠습니다. 저희의 에이스, 오오사키 탐정이」
나오미 씨는 이윽고 미소를 지으며 나갔다.
밖에는 검은 차가 정차해 있었다.
키 큰 남성이 문을 열어 그녀를 맞이한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그 광경은 꼭 외국 영화를 보는 듯했다.
남겨진 건 서류, 열쇠, 사진.
그리고 시즈마 씨의 미소였다.
시즈마「행방불명자 행적 조사라—— 아주 두근두근하네, 오오사키 탐정」
오오사키「일을 멋대로 진행시키지 말아 주시죠」
시즈마「하지만 전부 들었잖아」
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오오사키「면담 시의 질문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시즈마「하고 싶은 말은 빨리 해 버리는 게 의뢰인한테는 더 마음 편해.
전 의뢰인으로서 말해주는 귀중한 의견이라고, 이거」
오오사키「업무에 관여하지 말아 주시죠」
시즈마「차가워라. 모처럼 널 위해 나와 줬는데」
오오사키「네?」
시즈마「자각 못한 거야?」
그러고서 그는 소년의 사진으로 시선을 보냈다.
시즈마「너, 이걸 보자마자 얼굴빛이 끔찍해지던데. 막 숨을 몰아쉬고, 식은땀 흘리고. 꼭 똥 참는 표정으로——」
나는 신속하게 자리를 정리했다.
오오사키「장소 제공 감사합니다」
시즈마「또 봐. 의지해 줘서 기뻤어」
바깥은 지독하게 더웠다.
햇볕을 피할 곳을 찾지 못해 지나가는 택시에 뛰어들듯 몸을 실었다.
시즈마 씨의 말대로였다.
사진을 본 순간 나에게는 이변이 일어났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차가운 무언가가 떠오르는 감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진정되었다.
냉정하게 사진을 마주할 수 있다.
이 위화감의 정체를,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이 감각을, 이 소년을, 아무래도 아는 모양이다——
요요기(代々木)와 가까운 시부야 주택가.
아리아케 쇼타로의 집은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전기는 언제부터인가 끊겨 있다.
오직 바깥에서 들이치는 빛만을 의지해야 했다.
——식기는 두 사람 분.
그중 한 사람 분은 찬장 깊숙한 곳에 있다.
수도 사용 흔적이나 의류는 한 사람 분——
한때는 사람이 출입했던 모양이지만, 현재는 혼자 살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집주인을 잃은 채 평등하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사무소로 돌아온다.
첫 조사 결과를 나오미 씨에게 전했다.
나오미「——오빠의 취미, 말인가요?」
오오사키「음악이나 스포츠, 독서라든가」
나오미「그러고 보니 잠깐이지만 피아노를 배웠던 것 같아요.
좀처럼 실력이 늘질 않아서, 연습곡 하나만 반복해서 치던 걸 기억해요.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오오사키「시부야의 집에 취미와 관련된 물건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리아케 씨에게 혹시 다른 집이 있었던 건 아닙니까?」
그녀는 깜짝 놀라며 숨을 삼켰다.
그러고는 상기하듯 말했다.
나오미「별장이 있었어요. 아버지께서 아직 살아 계실 적에 가족끼리 자주 들렀죠.
오빠는 그 집을 좋아했으니까, 어쩌면……」
오오사키「장소는요?」
나오미「기억이 나질 않네요. 그래도, 풍경은 기억해요. 그건——」
『섬』
『언덕』
『마을 불빛』
그녀가 읊조리는 기억의 단편을 종이에 그려 나간다.
그리하여 완성된 그림을——
——이튿날, 쇼난・이나무라가사키의 바다에 겹쳐 보았다.
여기다.
오른편에 에노시마,
왼편에 살짝 높은 언덕이 있다.
언덕에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이젤을 세우고, 바다와 해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오사키「수채화인가요?」
남자「네」
오오사키「오늘 풍경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남자「조금 전이에요. 파도가 잔잔한 날에 스케치를 했더니 그만」
오오사키「근처에 사시는군요」
남자「네」
아리아케(오오사키)「저는 아리아케라고 합니다」
그가 붓을 멈췄다.
아리아케(오오사키)「이 근처에 친척이 살아서요. 이 이름을 쓰는 집을 아십니까?」
남자「글쎄요」
그는 다시 바다를 보았다.
첫 탐문은 허탕으로 끝났다.
화가를 방해해선 안 된다는 마음에 나는 마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남자「아리아케 씨」
그가 불러세웠다.
돌아보니 그는 화구를 정리하고 있었다.
남자「함께 찾아드릴까요?」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에 우리는 나란히 걸었다.
남자「이나무라가사키에는 별장이 많아요.
가끔 찾아오는 도시 사람들과는 마주칠 기회가 거의 없죠」
비탈길을 오르는 도중에 문패 몇몇을 지나친다.
돌아보며 수첩의 풍경과 바다를 겹쳐 본다.
똑같은 바다다. 하지만, 첫인상과는 멀어 보였다.
아리아케(오오사키)「좀 다른 곳으로 가 봐도 될까요?」
남자「그 그림은 뭔가요?」
아리아케(오오사키)「별장에서 본 풍경입니다. 기억대로 옮겨 그렸죠」
남자「……그렇군요」
이번에는 내가 앞장서 걷는다.
현지인인 남자가 뒤에서 따라오는, 기묘한 행렬이었다.
이윽고 문패를 발견했다.
담장 안쪽에는 2층 건물이 있다.
아리아케 쇼타로, 그 사람의 집이 틀림없었다——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삭막한 소리만이 집 안을 울렸다.
누구도 소리를 들었다는 기척이 없다.
남자「집을 비웠나 보네요.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보시는 건?」
문은 잠겨 있었다.
남자「저기, 아무리 친척이셔도 문을 함부로 건드리시는 건……」
나는 근처 창문을 깨뜨렸다.
남자「!?」
아리아케(오오사키)「허가는 받았습니다. 부재중일 경우에는 무단 침입해서라도 찾아 달라고」
남자「누, 누구 권한으로!?」
아리아케(오오사키)「여동생분입니다」
남자「아무리 그래도……!」
아리아케(오오사키)「아리아케 씨가 행방불명 상태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돌아가 주십시오」
남자「저도, 따라가야겠어요……! 다, 당신이 도둑일 가능성도 있으니까……!」
나는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에서 현관문을 열고 그를 정중히 안으로 들였다.
평소 전기를 쓰지 않는 모양인지 휴대용 램프가 놓여 있었다.
신발이 한 켤레 있지만, 우리 말고는 살아 있는 기척이 없다.
집 안은 먼지 냄새로 가득했다.
어디선가 미적지근한 바람이 느껴진다.
그것은 실제로 피부를 어루만지는 것이 아니라,
오감을 흐리게 만드는 불쾌한 감촉이었다.
복도 막다른 곳, 첫 번째 문에 손을 댄다.
그 방이야말로, 악취의 진원지였다.
아리아케(오오사키)「경찰을」
먼지 냄새라 여겼던 것은——
아리아케(오오사키)「경찰을 불러주세요——!」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방금 전까지 곁에 있었을 남자는,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오오사키「——친척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안부를 확인하러 방문했습니다」
경관「그럼, 당신이 첫 발견자군요」
나와, 또 한 사람——.
그러나 남자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애초에 남자가 있었다는 증거도 없기에 언급을 삼갈 수밖에 없었다.
남자「……네」
결국 나는 「현장」으로 변모한 별장에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
잠시 후 현관이 소란스러워진다.
여성의 비명 소리가 가까워졌다.
나오미「오라버니! 오라버니!」
나오미 씨는 앞뒤 가리지 않고 현장인 욕실로 뛰어들었다.
——시신은 물기 없는 욕조에 누워 있었다.
전신이 말라비틀어져 피부가 오그라들고 뼈의 윤곽이 드러난 채.
평온하게 잠든 듯한 모습으로 사망해 있었다——
시신을 만지려 하는 나오미 씨를 그녀의 남편이 간발의 차로 끌어안으며 말렸다.
뒤늦게 온 경관이 그녀에게 봉투를 건넸다.
경관「2층 침실에서 유서가 발견됐습니다. 나오미 씨, 당신 앞으로 된 겁니다」
나오미 씨는 떨리는 눈으로 글씨를 좇았고, 이내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시즈마「얼굴이 말이 아니네, 오오사키 군」
오오사키「……당신이야말로」
며칠 만에 만난 시즈마 씨는 가무잡잡하게 피부가 타 있었다.
단정치 못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눈가에만 선글라스 모양이 하얗게 남아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창가 자리에 있었고,
시즈마 씨 쪽에만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시즈마「요 며칠 쭉 덥길래 서핑하고 왔거든. 뭐, 난 금방 뻗어서 드러누워 있었지만」
오오사키「누구랑」
시즈마「응?」
오오사키「누구랑 함께, 바다에 갔습니까」
시즈마「음, 어디 보자, 나 혼자. 나 혼자 갔어」
그가 내 커피에 멋대로 설탕을 넣었다.
오오사키「다른 탐정들이 나오미 씨의 의뢰를 거절한 이유를 알았습니다」
시즈마「뭔데?」
오오사키「오빠를 찾아내도 슬프게 만들 뿐이었던 겁니다」
행방불명자 수색이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쪽이 더 적다.
시즈마「넌 바보같이 솔직하게 잘 해냈어. 그야 여동생 입장에선 괴로운 진실이었겠지만. 오빠의 마음을 생각해 보면, 뭐 「다행」이란 거지.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못하는 것보단 나아」
나는 입을 다물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시즈마「유서에는 뭐라고 쓰여 있었어?」
오오사키「——나오미(なおみ). 부디 내 몫까지 행복해지도록 해——」
시즈마「꼭 결혼식 축사 같네. 미담이야, 미담」
오오사키「……그때 본 고인이, 진짜 오빠라면 말이죠」
시즈마「응?」
——시신의 손톱은 길었고, 흰머리도 다소 눈에 띄었다.
오오사키「20대의 시신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시즈마「하지만 여동생은 오빠라고 인정했잖아」
오오사키「그때 나오미 씨는 착란 상태였습니다」
시즈마「하지만 생각해 봐, 유서가 있었잖아」
오오사키「보통 친동생의 이름을 히라가나로 쓸까요?」
시즈마「그 말은……?」
오오사키「누군가가, 다른 시신을 아리아케 쇼타로로서 준비했다」
시즈마「그 누군가는 뭘 위해서?」
오오사키「모르겠습니다」
시즈마「남은 건 경찰 일이지. 유서가 있다곤 하지만 시신은 검시될 거고」
오오사키「그게……. 나오미 씨의 희망으로, 바로 화장되어 버렸습니다」
유서의 유무에 근거하여, 경찰도 자살이라는 결론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오오사키「본론을 말하겠습니다, 시즈마 씨」
나는 드디어 시선을 들었다.
오오사키「아리아케 쇼타로의 별장에 와 주실 수 있겠습니까.
건축에 해박한 당신의 눈으로 봤을 때 보이는 것도 있을 것 같아서——」
또다시, 이나무라가사키의 집 앞에 섰다.
시즈마 씨는 눈부신 듯 올려다보았다.
시즈마「이 서양풍 느낌은 메이지식 센스네. 군인 아니면 외교관 가계일지도 모르겠어」
문은 그때 이후로 여전히 잠금이 풀려 있었다.
시즈마「1층에 가구가 거의 없네, 팔아치웠으려나. 외관이 호화로워서 괜히 더 쓸쓸한걸」
시즈마 씨는 무언가 흔적을 더듬듯이 2층으로 올라갔다.
침실이다.
오오사키「유서는 이 피아노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시즈마「마침 먼지가 안 쌓여 있네. 유서는 여기 놓이고서 3, 4개월쯤 경과했으려나」
시즈마 씨는 베란다로 나갔다.
나도 뒤따른다.
스쳐 지나가는 바닷바람과 함께 떠오르는 기억에 풍경화를 꺼내 들었다.
……완전히, 똑같은 풍경이다.
나오미 씨가 한 말에서 받은 인상 그대로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림을 겹쳐 보자 빛이 투과하며 바다가 일렁일렁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즈마 씨는 문손잡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즈마「현관 램프. 먼지가 안 쌓여 있던데. 누군가가 움직였나?」
오오사키「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시즈마「그리고 이 문손잡이. 녹슬지 않았어. 바닷바람이 닿는 곳이면 금속은 빠르게 녹스는 법이야. 손으로 자주 만지면서 닦아내지 않는 한 말이지」
오오사키「무슨 뜻입니까?」
시즈마「지금도 누군가가 이 집에 살고 있는 거 아니야?」
——가랑비가 내리는 아침이었다.
창유리의 굴곡을 따라 빗물이 흐르며, 실내에 눈물 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나오미 씨의 약지에 끼워진 반지만이 선명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나오미「결혼식은 무사히 끝났어요. 맨 처음엔 시로무쿠. 피로연 때는 새빨간 드레스. 식탁보 프릴 하나까지 제가 신경 써서 주문했답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늘어놓은 사진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나오미「당신 덕분이에요, 오오사키 씨. 또 무슨 일이 생기면, 오오사키 씨에게 상담을……」
오오사키「……나오미 씨」
나오미「네」
오오사키「주제넘은 제안입니다만, 재조사를 하게 해 주십시오」
목소리가 떨렸다.
어떻게 전해야 할지.
어떻게 여겨질지.
신중하게, 냉정하게, 그녀의 마음을 헤집지 않게끔 파고들었다.
오오사키「시신 상황과 실내 모습으로 보아, 타살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오미「……」
오오사키「그때 이후로 아리아케 씨의 직장에도 찾아갔습니다. 서류상의 필적과 유서의 필적이,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나오미「소중한 편지인 만큼 분명 오빠가 정성스레……」
오오사키「그렇게 믿도록 유도하려는 범인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오오사키「그 시신이 아리아케 씨라는 증거도, 아니라는 증거도 없습니다. 그러니 다시 한번, 아리아케 씨 수색의 허가를 제게——」
나오미「오오사키 씨」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책상 끝에서, 어느샌가 떨고 있던 내 주먹이었다.
그녀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긴장된 주먹을 풀어 나갔다.
내가 정신을 차리는 모습을 본 그녀는 미소했다.
나오미「당신은 분명히 오빠를 찾아 주셨어요」
그렇지 않다.
나는 단 한 순간도 확신한 적이 없다.
나오미「오라버니의 미소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그때 본 고인의 눈꺼풀은, 오라버니의 눈동자 그대로였답니다」
그렇지 않다.
나는 알고 있다.
그 사람의 진짜 미소를.
나오미「당신이 오라버니를 천국으로 인도해 주신 거예요」
그녀는 가방에서 사진을 잔뜩 꺼냈다.
눈물 짓는 신부.
눈물 짓는 주변 사람들.
그러나 그들은 서서히 미소를 되찾아 간다.
마치 영화처럼 연속되는 사진들이었다.
그 눈물 섞인 미소가 지금, 눈앞에서도 피어나고 있었다.
나오미「당신을 초대할 걸 그랬어요. 그야 당신 없이는 이뤄질 수 없었을 감동인걸요」
오오사키「나, 나오미 씨」
나오미「봐요, 이 사진 좀 봐 주세요」
하얀 유골함을 껴안은, 빨간 신부…….
나오미「아아, 난 어쩜 이렇게 예쁠까!」
사진 속의 자기 자신에게, 그녀는 넋을 잃고 있었다.
그녀가 떠나간 후 나는 한참을 일어서지 못했다.
오늘 내리는 비는 장례식 날에 내리는 비 같다고 생각헀다.
진실을 아는 누군가의, 원통한 눈물이다.
정신을 차려 보니, 맞은편에 시즈마 씨가 앉아 있었다.
시즈마「……진짜 오빠를 찾아달라는 말은 없었네. 비극의 히로인이 될 수 있다면 어떤 결말이든 상관없었던 거겠지」
살아 있든.
죽어 있든.
감동적인 재회를 연출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녀는 진실보다는 아름다운 결말을 선택한 모양이다——
나는 수첩을 펼쳤다.
소년의 용모파기와 시신의 모습, 베란다 풍경.
그 페이지들을 찢어 버리고서.
시즈마 씨의 담배를 빼앗아 불을 붙였다.
유리 재떨이 안에서 그것들은 검게 오그라들어 간다.
이 일련의 화장을,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바라보고 있었다.
오오사키「시즈마 씨. 저한테 서핑을 가르쳐 주세요」
국도 134호선을 달린다.
도쿄 내의 빗속을 벗어나자 거짓말같이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도착한 곳은 이나무라가사키의 해변이었다.
바위 그늘에 옷을 벗어 놓았다.
시즈마 씨는 그때 이후로 선글라스 모양도 못 알아볼 만큼 피부가 타 있다.
차 위에도 서프보드를 쌓아놓은 걸 보니 상당히 푹 빠져 있는 듯했다.
나는 수영복을 준비해 오지 않았기에,
밑단이 길다란 속옷 한 장만 걸친 채 해변에 임했다.
이런 노출도 해변에서는 평범한 일이었다.
그러나, 미국인에게 받았다는 커다란 서프보드가 아무래도 눈에 띈다.
모래 위에서 연습하는 풍경을 보곤 아이들이 모여들기도 했다.
시즈마「——패들링이나 테이크오프 방법은 그 정도면 됐나. 다음은 파도를 고르는 법인데……」
그는 먼 파도를 손가락으로 훑었다.
시즈마「저기, 보여?
파도가 해저 바위에 부딪혀서 딱 좋게 부서지고 있어.
너 같은 초심자한테 친절한 서프 포인트지」
——나는 파도를 찾는 사이, 문득 언덕 위의 인영을 눈치챘다.
남자는 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야 생각한다.
저 남자의 그림은,
아리아케 씨의 베란다에서 보이던 풍경이었다고.
아리아케 씨는 살아 있을까.
죽어 있을까.
만약 나오미 씨가 진실을 맞닥뜨렸을 때,
오빠에게 무슨 말을 건넬까——
시즈마「오오사키 군! 먼바다에 좋은 파도가 왔어!
여기서 기다려~ 시범 한번 보여줄 테니까!」
시즈마 씨는 달려 나간다.
그림자 한 점 없는 검푸른 바다를 향해, 아무런 공포심도 없다는 듯이.
내 발은 무의식중에 그의 뒤를 쫓아가고 있었다.
모래를 박차고.
포말을 밟으며.
보드와 함께, 파도에 올라탄다.
——패들링
엎드린 채 파도 여럿을 넘는다.
파도가 몇 번이고 시즈마 씨의 뒷모습을 가린다.
넘어설 때마다 그의 뒷모습이 보여 안도한다.
다음 순간, 거대한 힘이 몸을 들어 올렸다.
큰 파도다.
두 팔로, 두 다리로, 있는 힘껏 받아넘긴다.
——테이크오프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폭력 또한 아니다.
나는, 자신의 내부에 있는 파도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된 기분이었다.
큰 파도의 끝이 부서진다.
푸르른 파도가 빚어낸 배럴 속을 우리는 질주했다.
시즈마「왜 따라왔어!!?」
오오사키「모르겠습니다!」
시즈마「그보다 왜 따라올 수 있는 건데!!?」
오오사키「그것도 모르겠습니다!」
질주해 나가자마자 등 뒤에서 파도가 부서진다.
중심을 기울이며 빠져나가는 속도를 올린다.
하지만——배럴이 무너지며.
우리는 파도에 휩싸였다.
어느샌가 바다 위에 떠 있었다.
등에는 단단한 서프보드의 부력이 있다.
옆에는 쭉, 시즈마 씨의 거친 숨소리가 있었다.
시즈마「이런, 커다란 파도, 처음 타 봤어……」
오오사키「저도요」
시즈마「그거야, 그렇겠지!? 서핑 자체가, 처음이니까……」
그는 양팔로 얼굴을 덮고 있었다.
오오사키「무슨 눈물입니까」
시즈마「그걸, 나한테 물어……?」
오오사키「이 정도 파도쯤은 문제없이 헤엄쳐 나올 수 있습니다」
시즈마「……」
오오사키「쇼난의 아이들은 바다에서 수영 훈련을 받거든요」
지금도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하고 있다.
누구도 바다를 겁내지 않는다.
그 다정함 또한 알고 있는 까닭이다.
시즈마「그럼, 걱정한 내가 바보 같나……?」
오오사키「네」
시즈마「난 정말 바보야. 네가 바보란 걸 잊고 있었어……」
겨우 그는 웃었다.
오오사키「……근데, 재능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당신한테 서핑을 가르쳐 준 누구보다」
시즈마「아하하. 질투하는 거야?」
오오사키「이 보드도, 돌려줄 생각 없습니다」
시즈마「상대는 그냥 친구라고」
그가 상체를 일으킨다.
젖은 어깨 너머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시즈마「이만큼 다 벗었는데도 모르겠어?」
오오사키「……」
시즈마「네가 남긴 흔적밖에 없는데」
그의 눈에 다음 파도가 비친다.
그는 미소만을 남긴 채 먼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시즈마「이번에야말로 얌전히 기다려. 그리고……너무 나한테서 눈 떼지 말 것」
언젠가 수영 교사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바다에서는 장난치지 말고, 거짓말하지 말라.
바다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교훈이다.
언제나 농담뿐인 시즈마 씨이지만,
바다 위에서라면 믿어 봐도 괜찮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 여름이 끝나면, 이 취미도 분명 끝나리라.
가을의 필름 카메라도, 겨울의 조각도 그러했듯이.
어처구니가, 없지만.
흠뻑 젖은 그가 작게 손을 흔들었다.
그 몸짓 하나에 또다시 숨이 차오른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쇼난십경 -파도-」1957.시즈마 루트
원문: 오오에 공식 홈페이지
화자의 이름이 미표기된 버전: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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