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난십경湘南十景」 시리즈
⇒ 여름의 쇼난을 그리는 단편집
후네노 편 -하늘-
봄에 자동차 면허를 땄다.
신키바 씨와 시나가와 군보다 늦게, 탐정사에서는 마지막 취득이었다.
차는 편리하지만 책임을 동반한다.
내가 그것을 짊어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어느 맑은 날에 문득,
옆자리에 누군가를 태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쾌청한 공항에서 쿠레이치로 씨가 이쪽을 발견한다.
그는 크게 손을 흔들며 주위의 소란스러움에서 빠져나왔다.
쿠레이치로「많이 기다리셨죠!」
히이로「헤매진 않으셨습니까?」
쿠레이치로「조금요」
그가 상기된 채 웃는다.
오고 가는 사람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여름이었다.
조수석에 그를 맞아들이고 해안가 도로를 나아간다.
창문을 열자 갈매기가 다가와, 바람과 함께 나란히 날았다.
……아까부터 신경 쓰이는 것은, 그의 손에 벅차도록 들려 있는 커다란 사과다.
히이로「쿠레이치로 씨, 그건?」
쿠레이치로「공항에서 받았습니다」
히이로「특산품 시장이라도 있었나요?」
쿠레이치로「아뇨…….
사과를 잔뜩 들고 계시던 분이 그만 발치에 떨어뜨리셔서요.
그걸 주워 드렸더니, 보답으로 하나 주셨답니다」
히이로「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쿠레이치로「어떻게, 라니요? 간식으로 먹을 생각이었습니다만……」
히이로「독사과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쿠레이치로「우후후, 설마 그럴 리가요. 제가 「백설공주」 같은 일을 겪다니요」
그는 오직 손가락 힘만으로 사과를 쪼갰다.
훌륭하게 4등분이 났다.
쿠레이치로「향이 참 좋네요」
히이로「…………」
쿠레이치로「부디 걱정 마세요. 왜냐하면, 무척 자상해 보이는 「사과 장수」 분이셨으니까요」
신호 대기 중에 한 조각을 받는다.
독사과 주제에 향기롭고 싱싱하다.
사과를 향한 의심은, 씹을 때마다 풀려 갔다.
해안가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었다.
핸들을 쥔 손가락 사이에 신키바 씨가 적어준 지도를 끼운 채…….
히이로「……본토에 도착하자마자 의뢰에 함께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쿠레이치로「중요한 업무에 동행시켜 주시다니 기쁠 따름입니다」
업무라 해도, 신키바 씨 본인으로부터의 부탁이었다.
니노미야마치(二宮町)의 농가에서 어느 물건을 받는다——그것뿐인 용건이다.
차를 빌리는 겸해서 받아들였는데, 목적지가 깊은 산속이라곤 듣지 못했다.
간소한 지도와 험준한 현실이 몇 번이나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히이로「분명, 이 근처일 텐데요……」
그 순간, 급정차한다.
쿵, 하고 몸에 무게가 실린다.
뒷바퀴가 보람 없이 헛돌았다.
이런, 진창에 빠졌다.
초조해하는 나는 아랑곳 않고,
쿠레이치로 씨는 곧바로 밖으로 뛰쳐나가 차 뒤쪽에 양손을 짚었다.
쿠레이치로「밀겠습니다」
그 반동에 맞추어 액셀을 밟자, 차는 너무나도 간단히 궁지를 벗어났다.
히이로「감사합니다」
쿠레이치로「이쯤은 별것도 아닌걸요」
정말로,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한 웃음이었다.
이윽고 숲이 탁 트이더니 계단식 밭이 나타났다.
오이, 가지, 토마토.
파릇파릇한 열매들이 그림자가 겹치는 일 없이 늘어서 있다.
흘러가는 구름과 하늘이 가까운 것에, 상당히 높은 곳까지 올라왔음을 깨달았다.
밭 상단에는 단층집이 있고,
그 옆에는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다.
열매가 달려 있다.
노란색 물감을 그대로 짜낸 듯 선명한 색채였다.
차에서 내려 주민을 찾는다.
쿠레이치로 씨는 가장 먼저 무언가를 발견하곤 밭 안쪽을 가리켰다.
쿠레이치로「저기 계신 분은?」
초록 속의 농부 한 사람.
등을 둥글게 구부린 채, 아무래도 잡초를 뽑는 모양이다.
다음 순간, 그 노구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쿠레이치로「부, 부인——!」
부인을 업고 툇마루로 옮겼다.
잠시간 상태를 살폈지만, 다행히 머리나 몸에 다친 곳은 없었다.
농부「……또 아들에게 혼나겠네. 혼자 일하지 말라고 입이 닳도록 말했었는데」
쿠레이치로「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농부「여러분 덕분이에요. 와 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누구셨더라……?」
쿠레이치로「저는……」
쿠레이치로 씨는 허둥지둥 시선을 돌리더니, 대화를 이쪽으로 넘겼다.
드디어 본론이다.
히이로「신키바의 아들입니다」
농부「탐정님의! 옛날에, 아버지가 신세를 지셨었지」
히이로「매년 받고 있는 물건이 있다더군요. 오늘은 제가 아버지 대신 왔습니다」
농부「그래. 그때의 보답으로 우리 야채를 갖다드리곤 해요. 그런데……」
그녀는 넓은 밭을 둘러보더니, 쓸쓸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농부「아버지는, 어느 걸 고르셨었더라——」
「좋아하는 야채를 가져가세요」라는 말에,
우리는 천천히 밭으로 들어섰다.
내가 바구니를 들고, 쿠레이치로 씨가 야채를 고른다.
쿠레이치로「전부 수확철이네요. 호의를 받아들여, 모양 좋은 걸 고르도록 해요」
갖가지 종류들을 조금씩 담는다.
야채를 만지는 그의 손은 다정하다.
마치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허락을 구한 다음에야 따는 것만 같았다.
바구니는 무거워져 가고, 손끝이 저리기 시작한다.
쿠레이치로 씨는 미소를 띤 채 마지막 하나, 토마토를 조심스레 쌓았다.
문득 불어오는 바람에 이끌려, 하늘을 우러러본다.
히이로「저건 무슨 나무인가요?」
쿠레이치로「하귤나무네요」
히이로「저것도 수확철인가요?」
쿠레이치로「아뇨……」
그가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신기하게도, 대화는 거기서 끊겼다.
툇마루에서 점심을 대접받게 되었다.
주먹밥, 단무지, 진하게 우러난 된장국.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건만, 어쩐지 젓가락이 절로 움직이고 식욕이 일었다.
농부「다 여기서 수확한 재료들로 만들었답니다. 밭은 작아도 여러 종류를 키우고 있거든요」
쿠레이치로「어머님께서 혼자 수확하시는 건가요……?」
농부「아니에요, 괜찮아요. 아들네가 내일 거들어주러 올 거랍니다」
부인은 하귤나무를 바라보며 먼 곳을 응시하듯 미소했다.
농부「실은 저것도 신키바 씨께 드리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좀 더 낮게 키웠으면 좋았을걸, 이렇게 큰 나무로 키워 버려서야.
아무도 손이 안 닿잖아요」
쿠레이치로「혹 실례가 아니라면, 제가 따 봐도 괜찮을까요?」
농부「네, 네에. 하지만 위험할 텐데——」
쿠레이치로 씨는 기세 좋게 주먹밥을 한입 가득 넣는다.
그의 커다란 미소와 체격을 본 부인은 이내 염려를 거두었다.
다시 봐도, 나무는 컸다.
하늘을 향해 가지와 잎사귀를 높이 펼치고 있다.
나는 접사다리를 지지하는 추 역할에 전념했다.
쿠레이치로 씨는 가뿐히 꼭대기까지 오르더니,
가위로 한 개를 수확했다.
발밑의 우리에게 갓 껍질을 깐 귤 한 조각씩을 나누어 주었다.
세 명이서 다 함께 입에 넣는다.
히이로「……」
쿠레이치로「……」
농부「……시네」
시다.
그리고, 너무 쓰다.
농부「하귤은 겨울에 수확하거든요.
그걸 여름까지 숙성하며 서서히 단맛을 끌어내는 것이죠.
이렇게 떫어서야 아무도 못 먹겠어요」
쿠레이치로「맛있게 먹을 방법이 있습니다!」
쿠레이치로 씨는 무언가가 떠오른 듯,
차례로 열매를 따더니 팔 한쪽에 쌓아 갔다.
그 눈은 어느덧 노란색을 빼다 박은 듯 반짝이고 있었다.
쿠레이치로「설탕에 조리면 분명 맛있는 마멀레이드가 될 거예요! 모두 수확해도, 괜찮을까요?」
부인은 깜짝 놀라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도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쿠레이치로 씨는 접사다리에서 내려와 나무들 틈으로 들어갔다.
나는 바구니를 든 채 그의 바로 아래서 따라다녔다.
농부「……이 하귤은 팔던 물건이 아니랍니다.
밭일을 도와주러 오신 분들께 아버지가 나눠 주시던 거예요.
올해는 아무것도 못 보내겠구나 싶었는데,
다른 형태로 보답할 수 있겠어요——」
첫 번째 바구니가 가득 찰 무렵에 부인을 따라 주방으로 날랐다.
껍질을 씻고 썰어서 설탕과 함께 냄비에 넣는다.
이윽고 달콤한 냄새가 풍겨왔다.
쓴맛이 은은하게 옅어지며 좋은 여운으로 남아 있었다.
잠시 뒤 정원으로 돌아가니,
쿠레이치로 씨는 두 번째 바구니를 가득 채워놓고 있었다.
쿠레이치로「위쪽은 남겨 두었습니다. 새가 기대할 것 같아서요」
히이로「네, 충분합니다」
쿠레이치로「남은 하나는…… 히이로 님, 따 주실 수 있나요?」
히이로「아무래도, 나무에 오르는 건 조금……」
쿠레이치로「부탁드려요」
그가 손을 뻗는다.
나는 그만, 그 웃음에 빨려 들어가고야 말았다.
쿠레이치로 씨의 손바닥은 두껍다.
하지만, 솜과 같이 보드랍다.
손가락에 깊게 패인 주름은 촉촉해서, 쥔 것을 놓치지 않는다.
나에게도 이런 강인함이 있었다면,
갈 수 있는 곳, 눈에 보이는 세계가 좀 더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떠올림과 동시에, 이 사람이 곁에 있어 주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손을 빌려 어려움 없이 나무로 옮겨간다.
그렇게 가지와 이파리들을 헤친 끝에, 눈부신 경치가 펼쳐졌다.
——후지산 기슭을 뒤덮는 단자와와 하코네 산들.
쇼난과 오다와라를 가르는 소가 구릉.
저 멀리에는 어린 시절부터 익히 보아 온 사가미만.
그 모두가 같은 눈높이에 있다.
이곳 니노미야마치에 자라난 귤나무는,
누구보다도 일찍 계절의 변천을 알아차릴 수 있는 장소였다.
나는 귤을 하나 따서,
머리 위 태양에 겹쳐 보았다——
해 질 녘 해안가를 달린다.
쿠레이치로 씨는 백미러에 비치는 석양에 마멀레이드병을 겹친 채
그 안에서 어지러이 반사하는 빛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윽고 잠든 숨소리가 조용히 들려온다.
역시 차는 편리하다.
나는 홀로, 새로운 책임감을 짊어졌다.
후지사와에 도착할 때쯤에는 어느덧 밤이 깊어 있었다.
탐정사에는 빛이 밝혀져 있다.
그러나, 쿠레이치로 씨가 내릴 기미가 없었다.
히이로「……쿠레이치로 씨?」
쿠레이치로「저는, 여기 있겠습니다」
히이로「만나 주셨으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쿠레이치로「저 같은 자가……」
히이로「늘 당신 이야기를 합니다. 이젠 남남도 아니고, 이제 와서 격식을 차리실 필요도……」
쿠레이치로 씨는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폴로셔츠의 짧은 소매를 매만지며, 어째서인지 순식간에 움츠러들어 간다.
히이로「……죄송합니다. 멋대로 일을 진행시키고 말았습니다」
쿠레이치로「만, 만나뵙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다만, 제게, 용기가 없을 뿐이라……」
똑똑, 하고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우리는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기다리고 있던 것은 신키바 씨였다.
신키바「두 사람 다 어서 와요. 심부름 고마워요」
히이로「좀 늦었습니다」
신키바「무슨 곤란한 일이라도? 차 소리는 들렸는데, 아무리 있어도 내리질 않길래……」
히이로「아뇨……」
문득 쿠레이치로 씨를 곁눈질해 보니, 그는 놀란 눈치로 등을 꼿꼿이 펴고 있었다.
쿠레이치로「공항에서 뵌, 사과 팔던 분……!?」
신키바「어라, 자네는. 물건을 주워 줬던 친절한 분 아닌가요」
히이로「……뭘 하신 겁니까」
신키바「우연인데요?」
쿠레이치로「처, 처음 뵙겠습니다! 저, 저, 저는, 후네노 쿠레이치로라고 합니다!」
아버지「처음 뵙겠습니다. 히이로의 아버지입니다」
탐정사는 직장 겸 아버지의 자택이기도 하다.
생활 공간으로 올라가는 건 나 역시 오랜만이었다.
그리운 책상에는,
그리운 의자 두 개와,
새로운 의자가 한 개.
쿠레이치로 씨를 위해 마련한 것이겠지.
아버지는 바구니 안의 야채를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역시, 목적했던 물건은…….
쿠레이치로「아버님, 이것도 받으세요」
아버지「이건……」
쿠레이치로「하귤 마멀레이드입니다. 나무에 남아 있던 열매로 만들었어요」
아버지는 병을 받아 들고, 전구에 비추었다.
가라앉아 있던 귤 알갱이가 천천히 움직였다.
아버지「……아름다운 황금색이네요. 수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고, 오랜 시간에 걸쳐 연마된 빛이에요」
그렇게 말하고는 아주 조금, 그리운 듯이 웃었다.
아버지「자. 받아온 식재료로 저녁 식사를 하죠——」
오봉 이틀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정신을 차려 보니 저녁이 되어 있었고, 돌아갈 비행기 시간이 닥쳐왔다.
배웅할 때, 아버지는 종이 봉투를 내밀었다.
아버지「쿠레이치로 군. 선물입니다」
커다란 하토사부로 캔,
그것도 50마리 정도가 모인 대가족이다.
굵은 띠가 둘러져 있어 꼭 사은품 같았다.
아버지「자네 가족분들께도 잘 전해주세요. 가까운 시일 내로 직접 인사드리러 가겠습니다」
쿠레이치로「제……제 가족은, 어디에도……」
쿠레이치로 씨는 단박에 겁을 집어먹었다.
나에게도, 하토사부로에게조차도.
아버지의 미소는 쿠레이치로 씨 한 사람만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깨달은 그는 눈물을 글썽이더니 종이 봉투를 굳게 움켜쥐었다.
쿠레이치로「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버지「그래요」
히이로「……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저만 일주일이나 휴가를 받으면」
아버지「오늘부터 내 일이 바빠질 예정이라 말이지」
히이로「그렇다면 더더욱」
아버지「경찰 공조 업무거든요. 5, 6명, 검거하고 싶은 분들이 있어서……」
히이로「…………」
아버지「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도록! 자~자, 다녀오렴!」
등을 떠밀리며 반쯤 쫓겨나다시피 배웅을 받았다.
비행기 좌석에 앉아, 쿠레이치로 씨는 부끄러운 듯이 손가락을 비볐다.
쿠레이치로「……그건 그렇고, 설마 사과를 떨어뜨린 분께서 아버님이셨을 줄이야.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히이로「일부러 그런 겁니다」
쿠레이치로「!?」
히이로「일부러 당신 앞에 나타나서, 물건을 떨어뜨린 거예요」
쿠레이치로「저, 저는 뭔가, 아버님께 시험받았던 걸까요…!?」
히이로「단순히 당신을 만나고 싶었던 거라고 봅니다. 당신이 어려워하느라 만나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으니까요」
쿠레이치로「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히이로「쿠레이치로 씨. 결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쿠레이치로「아닙니다……여러분께서 주신 용기인걸요」
쿠레이치로 씨는 무릎 위에서 캔을 열어 하토사부로를 세었다.
쿠레이치로「이건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 몫. 이건 동사무소 분, 밭일하는 분, 이웃 분」
히이로「당신의 가족은, 50개로는 부족하겠네요」
쿠레이치로 씨는 눈물을 그렁그렁 머금은 채,
사랑스럽다는 듯이, 하토사부로에 이름을 붙여 나갔다.
석양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오늘의 마멀레이드 같은,
황금빛 하늘이었다——
「쇼난십경 -하늘-」1956.후네노 루트
원문: 오오에 공식 홈페이지
화자의 이름이 미표기된 버전: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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