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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ento -BEYOND THE VOID-

Nitro+CHiRAL Special-Edition 수록 SS (2007)

 

라멘토 니트로플러스 키랄 스페셜 에디션 수록 SS

 

전해지는 말伝う言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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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지는 말伝う言葉

 

글・후치이 카부라

 

 

 

 

양의 달이 지평에 가라앉고 음의 달이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

겨울 축제가 개최되는 사이, 바르도의 여관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코노에와 아사토는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주위 손님들은 이미 자리를 떴기에 식당에 다른 고양이의 모습은 거의 없다. 바르도가 빈 접시를 정리하러 돌아다니고 있다.

라이는 뭔가 볼일이 있는 듯 정오를 지나서부터 외출하고 있었다.

가벼운 소란이 지나간 뒤의 쓸쓸함이 섞인 여운에 식기가 겹쳐지는 작은 소리가 울린다.

창밖에서는 축제의 떠들썩함이 흘러들어 온다. 코노에는 과실수를 홀짝이며 멍하니 그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이러고 있자니 여관 내부와 바깥이 마치 다른 세계인 것 같다. 아직 북적이는 밤거리를 휘둘러보며 횃불 주머니나 램프의 빛, 그런 것들이 밝게 비추는 간판을 바라본다.

간판에는 리비카의 그림 문자가 쓰여 있다. 문득 생각이 나서 코노에는 옆에 앉아 있는 아사토를 보았다. 아사토는 테이블에 장식된 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아사토는」

「……?」

말을 걸자 의아한 듯한 얼굴이 돌아보았다.

「아사토는, 글씨 쓸 줄 알아?」

「글씨? 못 써」

「그렇구나」

그 대답에 조금이지만 안심한다.

「코노에는 쓸 줄 알아?」

「아니. 그래도, 딱히 못 쓰더라도 특별히 곤란할 일은 없고……」

「특별히 곤란할 일은 없어도 알면 편리하기는 하다고」

갑자기 옆에서 굵은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식기를 들고 지나치던 바르도다.

몇 개나 겹쳐진 접시를 양손에 들고 줄무늬 꼬리를 흔든다.

「그거 알아? 아득히 먼 옛날, 후타츠즈에는 편지로 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던데」

「에?」

그것은 코노에에게 무척 신기한 일처럼 느껴졌다.

후타츠즈에라면 편지가 아니라 좀 더 발달된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리비카에게도 분명 그림을 넣은 독자적인 문자가 있고, 편지를 놓아 두는 것으로 의사를 전달하기도 한다. 그러나, 애초에 리비카는 글씨를 쓰는 데 서툰 이가 대부분이다.

편지로 마음을 나타낸다는 개념은 별로 없다.

「신기하다」

「그래?」

「왜냐하면, 후타츠즈에면 좀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그런 번거로운 방법을 썼다는 뜻이잖아」

바르도가 익살스럽게 눈썹을 치켜올린다.

「여러 사정이 있었겠지. 예전부터 있던 관습의 잔재라든가, 그런 느낌으로」

「문자로, 마음을 전하는 건가」

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아사토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흥미가 생긴 듯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아사토는 그대로 코노에를 가만히 바라보고, 탁탁 꼬리를 흔들고서 입을 다물더니, 이번에는 바르도에게 시선을 향했다.

「코노에가 예쁘다, 는, 어떻게 써」

「아?」

바르도가 입을 딱 벌린다.

「……너 말이야. 그건 말로 하는 편이 빠르잖냐. 지금 옆에 있으니까」

아주 지당한 말이다.

어이가 없어짐과 동시에 치밀어오르는 쑥스러움을 얼버무리듯이 코노에는 바르도에게 시선을 보낸다.

「그래도, 당신이 말한 대로야. 종이 같은 거에 쓰는 것보다 직접 말하는 편이 빠르지」

「그렇지만 말하기 어려울 수도 있잖아? 아사토 같은 경우는 둘째 치고, 정면으로 고맙다거나 좋아한다거나, 넌 대뜸 말할 수 있나?」

「그건……」

무리다.

「말 못하지? 그런 걸 종이에 써서 전하는 게 아닐까」

확실히 그런 식으로 쓴다면 일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너도 해 보면 어때?」

가벼운 말투로 권해졌지만, 코노에는 입가를 씁쓸하게 일그러뜨렸다.

자신은 할 수 없다.

도저히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글씨를, 잘 쓰지 못하는 것이다.

「아, 아ー그런가. 너, 글씨 정말 더럽게 못 썼지」

코노에의 찌푸린 얼굴을 보고 알아차렸는지 바르도가 히죽 웃으며 고개를 몇 번 작게 주억거린다.

「알려줄까, 글씨 쓰는 법」

「당신, 글씨 쓸 줄 알아?」

「항상 접수처에 올려두는 부재중 팻말은 내가 쓴 거야. 책은 멋으로 읽는 게 아니라고」

조금 발끈했는지 바르도는 접수처로 다가가더니 종이와 펜을 가지고 돌아왔다.

책상 위에 종이를 두고 무언가를 술술 써 내려간다.

「어때」

다 쓰고 나서 바르도는 득의양양하게 코노에를 보았다.

그러나.

「……잘 쓴 거야? 이거」

그리 대답하자 바르도는 대단히 기묘한 얼굴로 어깨를 축 떨어뜨렸다.

「아아, 그런가. 너 글씨는 잘 모르는 거였지」

그렇다. 그래서 사실 바르도가 글씨를 잘 쓴 건지 못 쓴 건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 잘 쓴다고 생각될 만큼 펜은 거침없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너는?」

바르도가 턱짓으로 아사토를 가리킨다. 그러나 아사토는 당연히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무리야. 그래도」

「그래도?」

「네가 그림을 무척 못 그린다는 건 알고 있어」

「……됐다, 그건 말 안 해도 돼」

갈수록 고개를 숙이는 바르도를 제쳐 두고 코노에는 쓰인 글씨를 지그시 바라본다.

글씨의 좋고 나쁨은 몰라도, 읽는 것이라면 간신히 할 수 있다.

「퀴므, 의, 열매로 만, 든, 내 타, 르트는……맛있다」

「오, 맞았어」

「쓸데없는 말 쓰지 마……」

「뭐 어때, 뭘 쓰든」

허리에 양손을 짚고 묘하게 으스대는 바르도를 어이없다는 듯 보고 나서, 코노에는 펜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왜 그래?」

「아니……」

건성으로 대답하며 머릿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말해 볼까.

뜻을 정하고 고개를 든다.

「저기」

「응?」

「가르쳐 줬으면, 하는데」

「뭐를」

「글씨를」

바르도가 조금 놀란 것처럼 눈을 크게 떴다.

「글씨를?」

「……그래」

부끄러워져서 시선을 피하며 일부러 무뚝뚝하게 대답한다.

「그거야 상관없는데. 뭘 하려고」

「상관없잖아, 뭘 하든」

「뭐어, 지금 대화의 흐름이면 하나밖에 없지」

그렇게 말한 바르도가 서서히 빙긋 웃는다.

「말로는 못 할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하기 위해, 인가」

「시끄러워. 됐으니까 빨리 가르쳐 줘」

「네에 네에」

「나도 알고 싶어」

아사토가 몹시 진지한 눈빛으로 바르도를 바라본다.

「나도 글씨를 배워서 코노에가 예쁘다, 라고 쓸 거야」

「너 말야……」

무심결에 한숨을 쉬고, 코노에는 기가 막힌 눈빛을 아사토에게 향했다.

 

 

음의 달이 머리 위에서 빛나는 시간. 여관에 돌아온 라이는 평소처럼 접수처를 무시하고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늘의 용건은 간단한 정보 수집이었다. 될 수 있는 한 산가인 코노에로부터 눈을 떼고 싶지 않았으나, 뒷골목 중에서도 난폭한 녀석들이 모이는 구역에 갈 필요가 있었으므로 일부러 코노에는 여관에 남겨두었다.

그런 곳에 데려갈 바에는 여관에 두고 가는 편이 낫다.

무심코 짧은 숨을 토해내고, 2층의 복도를 나아가 자신의 방 앞에 선다.

안에 코노에가 있다면 잠겨 있지 않을 터이다.

문을 열려다가 라이는 문득 시선을 바닥에 고정했다.

문틈에 무언가가 끼어 있다.

살짝 몸을 구부려 주운 그것은, 반으로 접힌 종이였다.

의아하게 여기며 펼치고――미간에 깊은 주름을 새겼다.

「…………」

뭐야 이건.

그것이, 맨 처음 떠오른 감상이었다.

지렁이가 꿈틀거리는 듯한 괴상한 선이 사방팔방으로 흩날리고 있다.

만약을 위해 다른 방을 둘러보아 본다. 그러나 종이가 끼어 있는 방은 없는 것 같았다.

신종 장난질인지 뭔지. 저지른 건 바르도인가.

막 분노하려던 찰나, 익히 알고 있는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이건……코노에의 냄새인가.

종이를 상하좌우로 돌려가며 잠시 바라보다 보니, 지렁이가 꿈틀대던 것이 점점 문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언.

언, 제――

「…………」

이것은 코노에가 쓴 걸까.

이런 방법은 도대체 어디서 배운 건가.

원래부터 알던 것인가. 아니면, 역시 바르도인가.

작게 혀를 찬다. 그러나 그것은 여느 때처럼 혐오가 섞인 것은 아니었다.

문을 열고 방 안을 들여다본다. 코노에는 없는 것 같았다.

문을 잠그지도 않다니 부주의하다고 생각하며, 라이는 하얀 꼬리를 휘저으며 계단을 내려갔다.

식당을 들여다보자 바르도가 마지막 식기를 주방으로 나르려던 참이었다.

곧바로 떠나려고 했으나 그 전에 바르도가 이쪽을 눈치챘다. 무심코 눈썹을 찌푸린다.

「오, 무슨 일이야. 배라도 고픈 건가」

「……바보 고양이는 어디냐」

「글쎄. 뒤에 목욕이라도 하러 간 거 아닐까. 없어?」

「네놈과는 관계없어」

「흐ー음. ……뭐어, 그거야 없어질 만도 하지. 엄청난 기세로 부끄러워했으니까」

히죽히죽 입꼬리가 느슨해진 바르도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향한다.

「역시 가르쳐 준 건 네놈인가」

「그래」

「쓸데없는 걸 가르치지 마」

「쓸데없진 않지. 너도 편지 읽었으니까 찾고 있는 거잖아? 코노에를」

「……문을 잠그지 않고 외출한 걸 꾸짖기 위해서다」

「헤에」

히죽거리는 바르도에게 짜증스러운 나머지 한숨을 내뱉고, 라이는 식당에 등을 돌렸다.

그 모습을 어쩐지 기분 좋아 보이는 목소리가 좇는다.

「잘 찾아서 데리고 돌아와. 무슨 일이 있어도 험한 말은 하지 말고. 나중에 가서야 그러지 말 걸 그랬다고 하는 최악의 상황이 되니까」

「네놈에게 지시받을 이유는 없어」

「코노에 나름의 배려를 이해해 주라는 거야」

「닥쳐」

잘라 말하며 라이는 식당을 나갔다.

이번에야말로 하얀 등을 떠나보내며 바르도는 식기를 끌어안은 채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

「……뭐, 그 정도로 둔하진 않나, 저 녀석도」

그렇게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중얼거린다. 희미한 웃음을 머금은 말꼬리는, 걷기 시작한 바르도와 함께 주방으로 사라졌다.

조용해진 식당 테이블에는 구겨진 종이가 남겨져 있었다.

몇 번이고 고쳐 쓴, 삐뚤빼뚤한 지렁이의 꿈틀거림. 그것은, 자세히 보면 어떤 말을 형성하고 있었다.

 

 

――언제나, 고마워.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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