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점가의 하시히메 박사 후일담 永らへば 번역
고서점가의 하시히메 「노마々」「캐릭터 향수」 발매기념특전 박사 루트 후일담
「오래 살아가면永らへば」
줄거리
출장에서 돌아오지 않는 박사. 한 발 앞서 돌아온 것은 그의 소중한 트렁크뿐.
트렁크 안에서는 새콤달콤하며 그리운 향이 나고…….
표면→타마모리 시점
* 오래 살아가면永らへば
: 백인일수百人一首 중 제84수의 첫 구
ながらへば またこのごろや しのばれむ
憂しと見し世ぞ 今は恋しき
오래 살아가면 지금의 괴로움도 그립다 여겨질까
옛적의 괴로움을 이제는 그리워하듯이
「오래 살아가면」표
잠시 동북쪽에, 하고 나간 것이 한 달 전.
일주일이면 돌아오겠습니다, 한 것이 한 달 전의 구두약속.
그리고 오늘, 그의 짐만이 먼저 돌아왔다.
그의 애용품인 가죽 트렁크.
멀리 가게 될 때에는 그가 반드시 오른손에 드는 것이다.
그 녀석을 침대 끝에 던지고, 우리는 잠시 말없이 마주보았다.
…지금쯤 박사는 뭘 하고 있을까.
상상하기 어렵지는 않다. 태평하게 열차에서 흔들리고 있을 것이다.
혹은 잠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한술 더 떠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와 연락이 끊겨있던 동북에서의 한 달을 회상하며 필시 즐거운 꿈길을 거닐고 있겠지.
…짜증 나…….
안 돼, 내가 욕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이쯤에서 마음을 고쳐먹고,
그가 돌아오기 전에 트렁크 안쪽을 정리하지 않으면.
하지만, 그렇지만.
그리 하는 것은 결코 그를 위해서가 아니다.
‘감사합니다’ 따위를 말한다면 후려쳐 주겠다.
내가 원하는 말은 단 하나, ‘미안합니다’이다.
이렇게도 애처로운 나라는 남자를 떠나보낼 뻔한 일을, 그가 후회하도록 만들고 싶은 것이다.
분노를 담아 잠금을 풀자,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
가득 깔린 새하얀 셔츠……에 배어든 달콤한 향기.
뒷걸음질 쳐도 코에 남는 달콤한 향기.
널따란 방 안에서 나는 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향기.
향기다.
박사 주제에…….
여전히 엉덩방아를 찧고 있는 나.
같은 눈높이의 트렁크도 입을 벌린 그대로.
창문은 9월의 양기로 빛나고 있다.
…안 된다 안 돼.
나는 곧바로 무릎을 바로 세우고, 다시 한 번 트렁크에 코를 가까이 한다.
다가가서 코를 두세 번 벌름거린다.
이것은 박사가 지닌 체취가 아니다.
셔츠를 한 장 흐트러지지 않게 들어 올리고 자신의 얼굴에 바짝 누른다.
달콤한 베일 너머로 평소의 그의 냄새가 난다.
…안 돼 안 돼, 안 돼.
안심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나는 추리를 위해 이런 자세를 취하고 있는 거다.
이 향기의 의미.
일반적으로 의심해야 할 것은 여자의 그림자겠지만, 박사에 한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변심 걱정은 전혀 없다.
그렇다면 한 달간 돌아오지 않은 사죄의 뜻, 일까.
사실 이 냄새는 무척 내 취향이다.
‘타마모리 군을 위해, 눈부신 타마모리 군을 생각하며 향기를…….’
이런 거라면, 짐을 먼저 보낸 이유를 잘 알겠다.
향기가 날아가기 전에 보내려는 거겠지.
자신의 물건에 묻히다니 조잡한 연출이다.
……하지만.
박사가 정말로 용서를 구한다면 장황한 절차는 생략하고 현금을 건넸을 터.
그렇다면 이 향은 도대체…….
「!!」
향이 옮는다.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이것은 백단향이 아닐까.
시야가 돌연 소용돌이치며, 연기와 함께 사라지는 할머니의 등이 보인 것 같았다.
「……!」
사람을 보내는 냄새.
먼 옛날이 어제처럼 되살아난다.
누군가 저택의 초인종을 울린다.
나의 박사라면 내 이름을 부르며 문을 열 터이다.
그리하면 나는 침대에서 잠든 척을 해 주는……그런 거였을 텐데.
나는 안 돼, 안 돼 안 돼 하고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며 1층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박사!!!」
「타마모리 군…!」
이건 또, 예상치 못한 광경이 튀어나왔다.
하얗게 흔들리는 햇볕 가운데,
붉고, 달콤한 냄새를 가득히 가슴에 끌어안은 박사가 서 있던 것이다.
그 가슴팍에서 한 개가 데구르르 굴러 떨어진다.
「사, 사과?」
「하아아……앗」
한쪽 눈에 물기를 띠고 내게 다가오는 박사.
내가 기대하던 사죄와도 다른,
내가 두려워하던 재난과도 다른,
나를 만났다는 기쁨으로, 그는 눈물까지 흘렸다.
「아아아 타마모리 군! 당신도 이렇게나 눈가를 적시고……!!」
「아뇨 이것은 자고 일어나서 그렇습니다」
「겨우, 겨우…돌아왔…!」
쓰러지는 박사의 몸을 가볍게 피한다.
그러자 문 앞에 커다란 나무 상자가 쌓여 있었다.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차례로 날라지고 있다.
……달콤한 냄새.
가슴에 끌어안은 저것과 같은 냄새다.
「설마 저 상자에 전부 사과가?」
박사는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개량한 방충제를 살포했더니 낙과가 앞당겨져서 보시는 바와 같이…….
상처가 있는 것은 전부 매입했습니다」
「……」
박사는 대체 무엇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것인가.
「잼으로 가공해서 판매할 예정입니다」
「멋진 발상이군요……」
슬프더라도 낭비 없이 금맥을 발굴해 내는 통찰력.
내가 아연해하고 있자 무슨 착각을 했는지 그가 재차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재차 사과가 와르르 쏟아진다.
주워서 품에 쌓아가는 동안에,
그 달콤한 냄새가 내게도 스며든다.
내게도, 박사에게도.
나무 상자를 끌어안은 일꾼들에게도.
모두에게 평등하게 꿀의 향기가 감돌고 있었다.
「타, 타마모리 군도 먹었으면 해서.
상처가 없는 것도 인수해 왔습니다」
「……」
「상처 나지 않도록 소중히 들고 오려고 했는데……아아,」
「쭉 안고 있던 건가요?」
「……네」
「열차 안에서도?」
「네,」
「차 안에서도?」
「물론입니다. 그렇지만……」
최후의 최후에서 긴장이 풀렸다는 뜻인가.
바구니나, 그야말로 트렁크에라도 담으면 되는 것을.
구태여 양손에 안고 있었다니,
얼마나 자신의 손을 상냥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이런 남자이기에, 떨어진 사과를 하나하나 주운 것이 아닐까.
내 추리, 이번에야말로 틀림없을 것이다.
「박사. 내게 할 말 없나요?」
「미안합……」
「다! 로 시작하는 말입니다!」 (*원문: 타タ로 시작하는 말)
「타마모리 군……」
「그건 아까부터 듣고 있습니다」
「다……」
「어서 오세요」
박사의 뺨이 붉어지고, 포근해지고.
「다, 다녀왔습니다……읏」
사과의 향기와,
문득 느껴진 백단향.
어디선가 할머니가 웃은 것 같았다.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