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점가의 하시히메 번외편2 번역
번외편2
줄거리
「게으른 하시히메」제2탄
가을의 귀한 손님에게 농락당하는 타마모리 일행의 이야기.
표면→타마모리 시점
담장 위를 거니는 길고양이와 하늘에 떠 있는 달은 무척 닮았다.
녀석들은 신출귀몰한 변덕쟁이라서,
밤중에 발견했다 싶으면 대낮에도 들떠있곤 한다.
그런 점에서, 개와 태양은 정말이지 고지식해서
짖으며 아침을 알리거나 뛰어다니며 밤을 몰아내기도 한다.
노력가인 태양 입장에서는,
늘 게으른 달이 주역으로 여겨지는 「가을」은 실로 시시한 계절일 것이다.
달은 가을에만 지혜롭다.
봄이나 여름이나 겨울에는 마치 바보가 내던진 공의 궤도를 따르듯 하늘을 나아간다.
이따금 좋은 위치에 떠올랐다 싶으면 보이는 것은 반쪽뿐이라거나 한다.
그러나 가을에만은,
지붕에 걸리지 않고 하늘에 둥글게 떠서
고개가 아프지 않을 눈높이에 언제까지고 머물러주곤 한다.
중추의 명월.
가을의 달맞이.
이처럼 요즈음은 달에게 사랑받는 시기이다.
★
수수께끼의 남자가 찾아온 것은 일주일 전이었다.
남자는 오동나무 상자에 든 기모노 자투리를 한아름 보여주며,
「마음에 드는 무늬를 골라 주세요」
라고 말한 것이다.
며칠 뒤에 훌륭한 유카타를 만들어 주겠다고 한다.
「대금은 받지 않겠습니다」
「돌아가세요」
신종 변태인가 경계하며 입씨름을 하고 있자,
옆에서 카오루가 다가오더니
「계란말이」 라며 노란 자투리를 가리켰다.
남자는 오동나무 상자를 닫고 우리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더니,
손가락 하나를 들어보였다.
멀찍이 서서 우리들의 신장과 치수를 재고 있는 듯하다.
단지 그것만을 한 남자가 총총히 떠난 후,
이웃집 문을 두드리며 비슷한 질문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이 일을 집집마다 하고 있는 것 같다.
「잘 들어 카오루, 수상한 사람에게 틈을 보이면 안 돼」
「틈?」 (*スキ스키; ‘틈’과 ‘좋아함’의 발음이 같음)
「그래. 호의를 드러내면 안 돼」
「왜?」
「왜냐니, 그야 귀찮아지니까」
그 「계란말이 색」의 유카타가 도착한 것이 정확히 일주일 후인 오늘,
9월 23일 아침인 것이다.
우메바치도뿐만 아니라 아마 진보쵸의 각 집마다 유카타가 도착한 모양이다.
이날은 날이 맑았기 때문에 가게 문을 닫고 있었다.
저녁이 되자 이상하게도 축제 북소리나 피리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나는 집필하던 손을 멈출 수밖에 없게 되었다…….
「……,」
1층 문틈으로 바깥을 내다보자,
축제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게다가 카오루도 자신이 골랐던 「계란말이 색」 유카타를 입고 있다.
오동나무 상자 속에는 녹색이나 흑색이나 얌전한 색도 있었을 텐데,
「계란말이 색」이 인기 있는 모양이었다.
도대체 이 마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카오루는 내 머리 위에 고개를 얹은 채로, 기묘한 밤을 흥미진진하게 여기고 있었다.
「아저씨. 바깥, 나가자」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이건 귀신 짓이 틀림없다」
9월도 막바지건만 가을의 백중절*인 것이다. (*盆오본; 8월 15일, 죽은 조상의 영을 기리는 명절)
느닷없는 축제 음악에 홀려서야 「놈들」의 의도대로다.
하지만…….
문득 돌아보자,
카오루는 그 「계란말이 색」 유카타를 입고 있었다.
「수상한 건 입지 마! 나중에 바가지 씌워져도 나는 모르는 일이다!?」
「……,」
「핫! 어쩌면……」
일주일 전에 왔던 그 남자, 그 또한 귀신의 일종이었던 것은 아닐까.
「좋은 생각이다 카오루, 귀신이 두고 간 유카타를 입고,
백귀야행에 숨어들겠다는 말이구나!?」
「?」
「……미나카미 쪽이 걱정이다, 당장 가잣」
「응」
나는 급히 유카타를 걸쳤다.
조금 길어진 앞머리를 가르마를 따라 넘긴다.
그러자 카오루는 기특하게도 이를 따라했다.
「자아 가자」
「응」
점주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도록,
우리는 살금살금 우메바치도를 나왔다.
★
하쿠산도오리는 그럭저럭 화려했다.
주황빛 초롱이 연이어 공중을 장식하고,
헌책방은 가게 앞에 가면 가게나 금붕어 가게를 초빙해두었다.
시영 전차는 호화찬란한 장식을 두르고,
경적 대신 대나무 피리를 불었다.
뭐야, 이 정신 나간 환상은.
게다가 대다수의 사람들이 「계란말이 색」 유카타를 고른 듯,
기이하게도 우리는 이 밤에 절묘하게 녹아들고 있었다.
나는 흰 하오리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몸을 움츠리며 거리를 걷는다.
카오루는 무방비하게 등을 편 채 반짝이는 풍경에 들떠있다.
놓치지 않도록 소매를 잡아끌며 우리는 스이도바시로 향했다.
스이도바시까지 오면 떠들썩함도 잦아들 줄 알았으나 오산이었다.
지붕 있는 배들이 칸다 강을 멍하니 흘러가며,
맥없이 선창을 부르고 있다.
다리 건너편의 혼고에서는 진보쵸만 한 소란은 없지만,
초롱을 든 번쩍이는 인파가 몰려오고 있었다.
「이건 대체……!」
「타마모리,」
「!?」
인영 하나가 인파 속에서 빠져나와 이쪽으로 다가온다.
미나카미다.
보살 가면을 쓴 소꿉친구다.
이 이상한 세계에서는 이 녀석의 웃는 얼굴이 꽤 고마웠다.
「미나카미! 지금 그리로 향하던 중이었어!」
「나도야, 마침 잘 되었어」
「이 소동은 어찌 된 일이지?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보다 너까지 느긋하게 멋 부리고 있지 마!!」
「멋지, 려나」
미나카미는 수줍어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부인께서 입으라고 하셨어. 진보쵸에 갈 거면 입고 가라면서.
너희야말로 잘 어울려」
「이건 백귀야행에 녹아들기 위한 분장이야」
「배, 백귀야행…? 아, 이건 「별빛 축제」래」
「별빛 축제!?」
미나카미는 끄덕이며 서쪽 하늘을 가리켰다.
「!!?」
커다랗고 둥근 달 옆에,
두 개의 꼬리를 지닌 커다란 광원이 있다.
「혜성이야」
「혜성!?」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중이래」
「엄청난 속도!?」
「천문대는 일주일 전부터 관측했다던데.
민간에 알려진 건 오늘 아침이야」
「오늘 아침!!?」
「호외 안 받았어?」
「아침에 이 유카타 받고 나서는, 저녁 전까지 자느라……」
「그렇구나. 상당히 그…… 몸에 뱄구나, 게으름이」
「설마 저 별, 떨어진다거나 하진 않겠지?」
「물론 그럴 일은 없어. 왜냐하면 이 혜성은……」
「떨어진다」
「!!!」
그곳에 또 한 사람의 그림자가 다가온다.
우리 셋은 동시에 그쪽을 돌아보았다.
무시무시한 말과 함께 찾아온 것은,
하나자와였다.
「박사의 말에 따르면, 아무래도 지구는 멸망한다는 것 같아」
「에,」
「뭐ー!!?」
「오늘 밤은 인류 최후의 날을 즐기는 행사라고 하던데」
「!!!」
「즉 이 축제의 개최자는 히카와 씨……?」
「그래」
하나자와는 담담히 이야기했다.
「…일주일 전. 혜성의 접근을 알아낸 박사는 사재 8할을 쏟아부어
이 축제를 준비하기 시작했어」
「그런 것치고는 공지가 부족해! 나는 틀림없이 귀신의 짓인 줄로만……아니 그보다!」
나는 하나자와의 옷깃을 잡았다.
「멸망한다니, 무슨 소리야…!」
「저 혜성이 지구에 닿으면, 생명은 사멸해버린다고 한다」
「!!?」
「하나자와, 너무 과장된 얘기는……,」
「박사가 한 말이다. 난 믿어」
「아저씨, 도망가자……」
「도망칠 곳이 어디 있어! 보라고! 달보다 거대하잖아!?」
「타, 타마모리. 저건 달보다 가까이 있으니까 커 보일 뿐이고……」
「티끌만한 인간이 대우주의 뭘 안다고!」
「그, 그도 그렇네……」
「반성하라고!」
「그럴게……」
미나카미는 그제야 곤란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렇지만 박사도 박사다.
이런 축제를 열 바에야,
혜성을 쳐부술 대포라도 만들어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타마모리 군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은 그저 말뿐이었을까.
나는 하쿠산도오리를 돌아보았다.
모두, 아무것도 모른 채 흥겨워하고 있다. 웃고 있다.
우연히 음악을 듣고서 ‘맞다 유카타를 받았었지’ 하며
축제에 나온 게 틀림없다.
이 풍경이 잠시 후에는 사라져 버린다는 말인가……!?
「저기 타마모리, 침착하게 들어 줘.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왜냐하면, 이 혜성은……」
「타마모리 군, 하나자와 군 여러분ー!!! 지구의 종말을 즐, 즐기고 있나요오!」
검은 차가 보도로 튀어오른다.
박사는 운전석 창문에서 울음 섞인 웃음을 흩뿌렸다.
중간에 말이 끊긴 미나카미는 현기증이 나는 모양이지만,
나는 지금, 박사와 이야기하고 싶어서 안달을 내고 있었다.
「마침 당신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이 얼마나 기쁜 일이…! 저도 그렇습니다 타마모리 군……!」
차에서 내린 박사는
마치 장례복 같은 유카타를 입고 있었다.
그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우리에게 부채나 초롱, 사과 사탕을 나눠주었다.
뻔뻔스럽게도 히카와 가문의 문장이 들어가 있다.
「기념품이에요……」
「나는 내 초롱이면 충분하다. 그보다 박사,
네 입으로 저 혜성의 위험성에 대해 말해줘」
「당신에게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인가요!?」
「(큰일 났네……)」
「우선 여러분, 혜성이 무엇인지 알고 계신가요……」
모두, 가지각색의 음색으로 꿀꺽 숨을 삼킨다.
「혜성이란 얼음 덩어리입니다….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녹으며 가스를 방출합니다.
그것이 저 아름다운 꼬리인 겁니다……」
「!」
보인다, 보여.
둥그런 광원 뒤로 어렴풋이 두 개의 길다란 꼬리가 나와 있다.
한 개는 노랗게, 한 개는 파랗게.
「가스에는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수소, 여러가지 성질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수소가 지구에 닿아서 지구의 산소와 결합하는 순간,
우리는 한순간에 질식해버리는 거예요!!!」
「뭐라고!!」
「……,」
「낙하해도 사망, 닿아도 사망…!
그러니 제게는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그런…」
「적어도 여한이 없도록 타마모리 군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일주일 전부터 진보쵸를 장식할 준비를 했던 거예요」
「!」
「즐겨 주시고, 계신가요……?」
「박사……」
그는 슬프게 웃었다.
그것을 본 나는 처음으로 가슴이 뛰었다.
수상쩍은 몽상가라거나, 말하는 지갑이라거나,
나는 박사를 그런 식으로만 봐 왔다.
그는 모두의 유카타를 짓고, 꾸며서.
최후에는 웃음 넘치는 꿈 같은 세계를 실현시켜 주었다.
그 밖에도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은가 싶었으나,
불필요한 악담을 생각해버리는 것이 내 나쁜 버릇이다.
지금은 순수하게 감회에 젖기로 했다.
「충의로군」
하나자와가 깊이 끄덕인다.
「충의야」
카오루는 사과 사탕을 핥으며 중얼거렸다.
하나자와도, 카오루도, 그리고 박사도, 이미 각오한 표정으로 보였다.
남은 건 나뿐이다.
「……그럼,」
끝이 끝인 것은 어쩔 수가 없으므로.
「함께 가을 축제를 즐기자!」
「과과과연 대단한 이해력이에요 타마모리 군…!
그그럼, 이제부터 빌려 둔 동양 시네마로……」
「아니. 그 전에 카와세에게 찾아가자」
「!?」
축 처져 있던 미나카미가 반짝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는 게 좋겠다, 카와세라면 분명 좋은 조언을 해줄 거야」
「조언?」
「아아 그게……」
그 카와세다. 쉽사리 축제 음악에 이끌려나오지는 않았겠지.
있는 곳이라면 자택,
당장이라도 잠이 들려고 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필시 홀로 외로울 것이다.
「히카와 씨, 차로 저희를 데려다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
「히, 히카와 씨……?」
「…제가 준비한 축제를 외면하고,
굳이 이케다 저택에 가겠다는 건가요……?」
「……,」
박사의 서슬에 미나카미의 말문이 막혔다.
「박사. 카와세를 데리고 다시 여기로 돌아오면 되잖아」
「이케다 군은 음지를 좋아하는 분이시니 이런 축제는 싫어하실 거예요……」
「일리 있어」
「그런 그를 위해 이케다 저택 주변의 전력 공급을 차단하고
이 진보쵸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거기로 가도……」
「그 말은 지금, 그 녀석은 새까만 어둠 속에 있다는 뜻인가!?」
「네. 그러니 이케다 군에게 가도 분명 따분할……」
「그거 좋네!!!」
「!?」
「이렇게나 날씨가 맑은데도 불빛이 가득해서 혜성이 제대로 안 보이잖습니까!」
불빛이 하늘까지 닿아서 별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빛이 없는 장소라면 관찰이 잘 될 것 같은데」
「엣!」
「그렇죠 박사!」
「엣…!!」
「어떤가요 박사!」
「……명안, 이라고 생각합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기 위해 차에 올라탄다.
우리는 뒷자리를 채워 앉고, 하나자와가 조수석에 앉았다.
자동차는 평소의 박사답지 않게,
휘청거리는 움직임으로 이케다 저택을 향해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
이케다 저택 주변에 가까워지자 외등이 뚝 끊긴다.
다른 주민들에게는 약간의 돈을 지불하고
진보쵸의 축제에 초대했다고 한다.
카와세도 예외는 아니었던 모양이지만 역시나 그 녀석인 만큼 멀리 나갈 리가 없다.
양옥・이케다 저택은 형태가 장엄하고
하늘보다 더 어두컴컴해서 마치 거대한 산그늘처럼 보인다.
2층에 있는 카와세의 방에서만 촛불이 깜박깜박 흔들리고 있었다.
차가 멈춰선 것을 눈치챘는지,
창문에 문득 인영이 나타났다가 곧바로 사라졌다.
이렇게 몰려오는 것을 보고 무언가 석연찮은 예감이 든 게 틀림없다.
자는 척을 하겠다는 것이다.
「일어나 카와세!!」
「이케다 구~운. 해피・데우스・엑스・마키나랍니다~」
「카와세ー!!」
갑자기 큰 소리로 외치는, 그걸로도 모자라 필사적인 모습이 된 이는 미나카미였다.
나도 박사도 무심코 그를 향해 목을 뺀다.
과연 카와세는 짜증스럽게 얼굴을 내밀었다.
「하? 뭐야?」
「도와줘!!!」
「자려던 참인데」
「이케다 구~운. 해피・카타스트로피~」
「…그놈은 왜 망가졌어?」
「히카와 씨는 오늘을 지구 최후의 날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저 혜성이 지상에 쏟아지면 생물은 멸망한다는 것 같아!
함께 최후를 감상하는 게 어때」
「바보야?」
「내려와, 카와세」
「카와세」
「……」
「다들 아까부터 이 상태라…….
카와세가 무슨 말이라도 해주지 않을래…?」
「……」
불이 꺼진다.
이윽고 내려온 카와세는 녹색 유카타를 입고 있었다.
「뭐야 카와세도 참가할 생각이었구나!」
「잠옷으로 입기 딱 좋았을 뿐이야」
「밤은 이제부터라고, 자겠다느니 재미없는 소리 하지 마」
「……」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나는 재빨리 손짓했다.
카와세는 졸린 표정을 짓고 있다.
존재감이 다소 부족한 발걸음이었지만, 의외로 얌전히 밖으로 나왔다.
함께 정원 한가운데에 선다.
카와세는 내가 가리키는 서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
별이 가득 수놓인 하늘과, 그것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혜성의 웅장한 모습이 보인다.
고요함에 벌레 울음소리도 맑다.
시골로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네 정원에서 보면
틀림없이 예쁘게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
「……」
「음! 멋지게 다가오고 있군!」
「……」
「카, 카와세. 어떻게든 모두를 설득해 주면 안 될까……」
「설득이라니 무슨 소리야. 난 별로 이상해지지 않았어」
「타마모리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히카와 씨가…」
「아하하, 아하! 아하!」
「……」
「최후의 날이다 카와세! 눈 크게 뜨고 보라고!」
「저기 말야 타마모리 군」
나른하게 흘러나온 목소리가 묘하게 뜨거워서, 나는 조금 놀랐다.
「지금까지 꽤, 재미있었어」
「……,」
혜성이 갑자기 더욱 밝아졌다.
「하지만 오늘로 작별이네」
「!」
「타마모리 군도 나한테 무슨 말이라도 해줘」
미나카미는 눈부심에 눈을 찡그렸다. 아니, 평소부터 실눈이니 형용하기 어렵다.
하나자와는 군도에 손을 대었다. 아니, 그런 걸로 혜성을 벨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박사는 양손을 맞대고 무릎을 떨어뜨렸다. 신과 부처에게 동시에 기도하다니 욕심이 많다.
카오루는 받았던 사과 사탕을 한입에 먹어치웠다. 부풀어오른 뺨이 붉게 물들었다.
카와세는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잠깐 생각하고 나서, 한낮처럼 환한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인가.
그럴 만한 유예가 있다면. 카와세에게도, 미나카미에게도, 하나자와와 박사와 카오루에게도 같은 말을 전하고 싶다.
「이야아. 즐거웠어」
카와세는 웃음을 터뜨렸다.
기가 막힌다는 듯, 눈썹을 팔자로 만든 언제나의 비웃는 얼굴이었다.
「뭐야!?」
「자칭 문학가라는 주제에 어휘력이 없네」
「마지막인데도, 실례되는 녀석……」
……빛의 세기가 줄어든다.
방금 전의 눈부신 빛에 정말이지 멸망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혜성의 변덕스러운 발광이었던 것 같다.
미나카미는 돌처럼 굳은 우리를 둘러보고, 생기 있는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로 인해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 전에도 핼리 혜성이 날아와서 전세계에 비슷한 소동이 일었지」
「10년도 더 되어서, 저는 잘……」
「핼리 혜성은 우주를 주회하고 있어서, 75년마다 지구에 가까워지고 있어」
어쩐지 터무니없는 이야기에 나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번 혜성은 100년 주기의 혜성이야.
그때도 지금처럼 지구 가까이를 통과해서 지나갔어.
그러니까 오늘도, 그리고 100년 후에도,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갈 거야」
「보기라도 한 것처럼 자세하네?」
「문헌에도 남아있는 일이야」
미나카미는 쭉 겨드랑이에 끼고 있던 책을 흔들었다.
「뭐야…. 그럼 이 혜성은 떨어지지 않고, 우리는 무사하다는 뜻이야?」
「그래. 내일 아침이면 보이지 않게 되어 있겠지」
「좀 더 일찍 말하라고……」
「마, 말하려고 했는걸」
「그럼, 전부 제 속단……?」
「네 기우였던 모양이다」
「아하하……아하하……」
「타마모리의 안위가 관련되면 사고력이 저하되는 것 같군」
「축제, 돌아가자」
카오루가 웃는다.
사과 사탕을 잘게 씹어 겨우 전부 삼키고서 웃는 얼굴이다.
그게 너무나도 평화로운 미소였던 탓에,
나도 언제나 그랬듯이 냐하하 웃을 수 있었다.
「카와세도 축제 갈 거지?」
「……」
「아니 왜 그래, 또 아무 말 없이…」
「죄다 바보구나 싶어서」
평소 같으면. 누군가가 키ー라거나 하며 대꾸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말없이 얼굴을 마주 보았다.
……현대인데도 이만한 난리가 났다.
100년 전, 또 그 200년 전에는 이보다 더한 바보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우리 옆의 넓은 지구 어딘가에서, 지금 바야흐로 바보짓을 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옷을 입고 사람의 언어로 말하는 우리에게는 아직 귀염성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가장 바보인가,
모든 것은 달과, 이 혜성만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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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9/23
스텔라워스 10주년 기념SS「가을의 별하늘 감상회」